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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30. 2022

El roble geisha

샘플 로스팅

커피 모임을 꾸준히 하다 보니 지인이 몇 생겼다. 수원 망포 쪽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하는 사장님도 있다. 그분이 콜롬비아 게이샤가 샘플로 들어왔다며 가져오셨다. 거기선 이지 스터 1.8kg를 사용하는데 샘플은 250g이라며 대신 볶아달라고. 내 작업실엔 50g짜리 이카와 홈과 700g짜리 스트롱홀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은 저녁에 커피 파티가 열렸다.


커피 모임 멤버분들도 2명 더 오셨다. 맛있어 보인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커피를 볶는 경험은 생소했다. 이카와로 50g을 먼저 볶고 남은 200g은 스트롱홀드로 볶았다. 소량이라서 더 세심하게 볶으려고 노력했다. 1차 크랙이 생각보다 잔잔하게 터져서 살짝 걱정됐지만 막상 배출하고 나니 외형은 괜찮아 보였다.


콜롬비아 엘 로블 게이샤뿐만 아니라 드립백도 하나 더 있었다. 콜롬비아 이그나시오 로드리게스 더블 '무산소 발효'.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인도네시아 COE #8도 같이 마셔봤다. 콜롬비아 게이샤는 깔끔하고 균형 잡힌 맛이었다. 당일 로스팅해서 아직 레스팅 기간을 거치치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은은한 꽃향과 단 맛이 좋았다. 이카와 홈으로 볶은 게 조금 더 맛이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개인적으론 스트롱홀드가 마시기 더 편했다.


반면 더블 무산소 발효 드립백은 뜯는 순간 굉장히 강렬한 발효향이 퍼졌다. 마치 춘장이나 된장 같은 강렬한 향. 마셔보니 달짝지근하면서 쌉싸름한 카카오 닙스가 느껴졌다. 문제는 발효취가 너무 강렬해서 제대로 된 맛을 못 느꼈다. 심지어 묵혔다가 팡 터지는 담금주 같은 알코올 향도 났다. 무산소 발효를 두 번이나 거친 녀석이라서 호불호가 심했다. 나는 이래서 발효가 싫다.


인도네시아 COE #8도 무산소 발효다. 그러나 로스팅이 강한 편이라서 향이 심하진 않았다. 적당한 단 맛과 깔끔한 후미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산미 톤이 더 밝게 나왔으면 좋았을 듯싶다. 살짝만 더 약하게 볶았으면 어땠을까. 그럼 오히려 발효 냄새 때문에 맛이 없을지도 모른다.


저녁 늦게 진행된 샘플 로스팅은 10시가 돼서 끝이 났다. 커피를 마시고 평가해보고 떠드는 시간. 이럴 때가 커피 볶은 사람의 즐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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