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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11. 2022

20만원 차이

냉장고 가격 차이의 후폭풍

어두운 작업실에도 눈꽃은 피었다. 냉장고 속에서 말이다. 내가 산 업소용 냉장고는 중고지만 꽤나 깔끔한 편이다. 자세히 보면 아름답지 않고 더럽긴 하지만 오래된 것치곤 괜찮다. 업소용 냉장고 종류를 두 개로 나눈다면 직냉과 간 냉이 있다. 말 그대로 직접 냉각하는 것과 간접 냉각하는 것의 차이다. 냉장고 내부의 파이프를 직접 얼려서 온도를 낮추는 방법, 그리고 찬 바람을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가난한 자영업자인 나는 당현이 직행을 택했다. 저렴하니까. 그리고 그 대가를 오늘 치렀다. 오래간만에 냉장칸을 열었더니 바닥이 흥건했다. 냉장고에서 물이 새나 싶었지만 사실 성에가 잔뜩 낀 것에 불과했다. 냉동실의 성에가 너무 많아져서 냉장실에도 고드름이 맺혀있었다. 버려진 섬에도 꽃은 핀다더니 내 냉동고 안에도 얼음 꽃이 피었다. 너무나 많이.


다행히 작업실을 뜯어고치면서 사뒀던 끌 칼이 있었다. 냉동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내부를 깔끔하게 비워놓고 끌 칼을 들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 내리쳐라 그러면 떨어질 것이다. 아직 가을이건만 나는 두터운 성에를 긁어내느라 겨울 같았다. 손이 시려서 얼얼했다. 뜨거운 커피를 한잔 내려서 손을 덥히고 다시 칼을 들었다. 이걸로 잔뜩 긁어내면 냉장고 내부가 긁히겠지만 상관없었다.


직냉식은 성에를 주기적으로 제거해줘야 한다. 가장 큰 단점이랄까. 그래도 고장 안 난 게 어딘가. 30분 고생 끝에 하얀색으로 가득했던 냉동실의 겨울은 막이 내렸다. 다음에 새로운 냉장고를 사게 된다면 간냉식으로 살 예정이다. 돈 열심히 벌어서 말이다.



오래간만에 새로운 원두가 추가되었습니다. 콜롬비아 후일라 수프리모가 추가되었습니다. 고소한 드립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판매 중이던 브라질 드립백은 품절되어서 추후에 다른 브라질 원두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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