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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Nov 08. 2022

한 달짜리 인연

야간으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차를 태워주던 동기들이 있었다. 뚜벅이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녀석들이다. 참 공교롭게도 나를 태워주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학교에서 사라졌다. 다양한 이유로. 그중에서 첫 번째로 친해져서 차를 얻어 타던 친구는 아직도 종종 만난다.


친해진 이유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와 같은 회사,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사람이라서였다. 정작 그 둘은 서먹한 사이지만 말이다. 그 뒤로 차를 얻어 타고 했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떠들었다. 얻어 타는 주제에 폰만 보고 있을 순 없으니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나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그는 자퇴했다. 대학교 1학년, 3월에 만나서 4월에 자퇴했으니 한 달짜리 인연인 셈이다. 자퇴한 이유는 다른 과가 있는 대학을 가고 싶다는 이유였다. 4월까지 자퇴하면 등록금 절반을 돌려준다면서 그는 떠났다.


그 뒤로 가끔 연락하면서 지내다가 창업 이후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는 정말 창업을 했냐면서 재밌어했다. 사실 옛날 때 창업한다고 노래를 부를 때는 믿질 않았다고. 그래서 진짜 차렸을 때 참 당황스러우면서 재밌어했다. 그가 개업 선물로 사준 전동 드릴은 정말 요긴하게 쓰고 있다. 한 달짜리 인연이 어쩌다 보니 4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는 취미 삼아 몇 가지 활동을 한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홈파티를 한다거나 라디오 진행을 한다거나. 여러모로 독특한 녀석이다. 걔는 나를 독특한 놈 취급하지만. 하여튼 홈파티는 집에서 콘셉트를 잡아서 논다. 포장마차, 해변가 등등. 이번에 해본건 대본 없는 라디오 DJ였다. 거기에 나는 블랙 말린 대표로 출연했다. 아무도 듣지 않을지도 모르는 녹화 라디오. 심지어 유튜브에 올렸기 때문에 음악은 다 잘렸고 나와 대화하는 것만 나갔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구독자 4명, 조회수 5회. 그중에 하나는 나랑 그 녀석일 테니 실제 본 사람은 3명이 아닐까 싶다. 커피와 관련된 질문에 대답하고 노래를 듣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언젠가 진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할 날이 있다면 이런 경험이 도움되지 않을까.



취미로 글 쓰면서 커피를 볶아서 팔고 있습니다. 커피는 아래 링크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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