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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Dec 18. 2022

충주와 문경

카페 투어

충주 카페: 왼쪽부터 세상상회, 작업실 조용현, 재즈와산조

오래간만에 카페 투어를 다녀왔다. 저 멀리 충주와 문경까지. 친구의 아는 카페 사장님에게 원두 샘플도 가져다 드릴 겸 떠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막상 떠나려는 당일 아침엔 눈이 내렸다. 이미 결정한 여행을 미루기 싫어서 출발 시간만 잠시 늦췄다. 다행히 눈은 곧 그쳤고 충주로 내려가는 내내 눈 덮은 산의 풍경이 반짝거렸다.


자기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며 친구가 소개해준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커피 맛은 모르지만 분위기가 좋다면서 방문한 카페가 3곳이다. 좁은 골목에 '세상 상회'라는 카페가 하나 있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사람이 바로 옆에 카페 겸 작업실을 차렸다고 했다. '작업실 조용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그 좁은 골목을 벗어나서 조금 늦게 연 카페 겸 펍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재즈가 울려 퍼지는 '재즈와 산조'.


카페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세상 상회는 로스터리 카페였다. 공간이 독특했다. 바와 로스터가 있는 공간엔 작은 굿즈들과 잠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깔려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좁은 마당을 지나면 더 넓은 공간이 보였다. 나눠진 구역마다 각자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 창고를 개조한 공간,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 게다가 곳곳에 재밌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카페 구상도였다. 마치 카페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같았다.


바로 옆에 있던 작업실 조용현은 사진과 함께하는 카페였다. 카페 앞에 있는 필름 카메라 자판기와 여유로운 공간이 있었다. 곳곳엔 독립 출판한 책과 필름이 있었다. 필름 인상도 같이 하시는 듯했다.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맴돌았다. 마침 빵 굽는 시간이었을지도. 마치 제주도에 있을 법한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재즈와 산조는 카페보단 펍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커피가 아니라 와인을 한잔하고 싶은 곳. 분위기 있는 재즈 캐럴과 함께 잠시 머물다가 충주를 벗어났다. 그다음은 문경이었다. 충주에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곳은 '카페 선일'이었다.



친구는 사장님과 꽤 친해 보였다. 덥수룩한 수엽과 타투 덕분에 힙스터스러운 사장님은 친구에겐 거칠지만 다정했고 나에겐 친절하게 다정했다.


카페 선일은 레트로 느낌이 물씬하는 곳이다. 간판도 작아서 자칫하면 지나 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또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일층과 이층으로 나눠진 공간은 각자 독립되어 있었다.


일층이 동네에 있는 정겨운 슈퍼마켓 같다면 이층은 영화에서 보던 다방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안엔 DJ 부스도 있었다. 안쪽에 있는 소파 자리에선 왠지 깻잎 머리를 한 소녀와 무스를 잔뜩 바른 소년이 앉아있을 것 같았다.


선일 사장님은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다. 이름은 'kind work'. 1호점이 한국식 복고풍이라면 2호점은 유럽식 복고풍이 될 거라고. 나중에 2호점이 오픈하면 또 놀러 가고 싶다.


커피와 도넛을 먹으면서 내 커피를 전해드렸다. 가져간 커피 원두는 에스프레소 블렌드, 올드맨과 싱글 오리진, 탄자니아 키보 킬리만자로. 사장님은 킬리만자로 커피는 처음 본다며 드립을 내렸다.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나도 내 소개를 했다. 블랙 말린 과 커피. 그리고 킬리만자로를 소재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커피 이야기와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선일에서 만든 2023년 달력을 주머니에 넣고 남는다며 도넛 한 상자를 품에 안고서 돌아왔다. 다음에 또 놀러 가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도 맛있는 커피 원두를 들고 가볼 생각이다.



여전히 커피를 팝니다. 커피 원두와 드립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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