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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an 05. 2023

테이스팅 박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테이스팅 박스란 새로운 체험의 기회다. 커피를 파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상품 제안이나 다름없지만. 이번에 신청한 알마씨엘로 테이스팅 박스는 엘 살바도르가 주제였다. 이미 '엘 살바도르 라바 블랙 허니'를 볶아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신청한 테이스팅 박스에는 다른 종류의 엘 살바도르 커피가 담겨있었다.


1. 엘 살바도르 플로 블랙 허니 SHG

커피 이름을 해석해보자면 플로라는 농장에서 수확한 커피로 보인다. '블랙 허니'는 허니 프로세스의 일종이다. 가공하는 과정인 셈이다. 허니는 점액질을 남기고 건조하는 과정으로 생두가 꿀처럼 달짝지근하면서 끈적거려서 붙은 이름이라고. 그중 블랙 허니는 점액질을 90% 이상 남기고 장기간 건조를 진행한다. SHG(Strictly High Grown)는 엘 살바도르의 품질 기준으로 재배 고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컵 노트에는 카카오닙, 호두, 망고, 감이 적혀있다. 지난번 볶았던 라바 블랙 허니와 같이 커피 원두에서는 고소한 견과류의 뉘앙스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입에 커피를 머금은 순간엔 상큼한 맛이 느껴진다. 은은한 단 맛과 살짝 떫으면서 상큼한 맛이 감을 떠올리게 한다.


2. 엘 살바도르 베인떼 무산소 내추럴 SHG

베인떼라는 곳에서 수확된 이 커피는 무산소 내추럴이라는 특수 가공법을 사용했다. 산소를 제거한 상태로 생두를 발효하는 과정이다. 내추럴 과정에서 무산소라는 공법이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한 변수를 추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바닐리 빈이나 효소를 넣기도 한다. 이런 무산소 공법의 특징은 독특한 풍미와 발효취다. 처음 커피 원두의 향을 맡으면 특유의 향이 난다. 춘장이나 고추장, 된장 같은 발효된 냄새. 정작 커피를 내릴 땐 그런 발효취가 나지 안 나서 괜찮았다. 컵 노트에는 시나몬 펀치, 와인, 치즈와 치즈 케이크가 적혀있었다. 한글로는 수정과도 적혀있었으나 잘못 기입된 듯하다. 특유의 발효향과 새콤한 풍미가 만나서 와인 같은 느낌도 살짝 든다. 그러나 산미가 살짝 튀는 것 같기도. 그리고 은은하게 발효된 향이 올라와서 매일 마시기엔 부담이 될 듯싶다.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커피 같다.


3. 엘 살바도르 리케 베리 내추럴 SHG

홀먼 가문의 블라스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재배된 커피로 내추럴 가공법으로 탄생한 커피다. 풍미에서 붉은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상큼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컵 노트엔 석류와 라즈베리, 산딸기와 적포도가 적혀있다. 나는 베리류의 상큼한 풍미가 괜찮았다. 나에겐 가장 입에 맞는 커피다. 라테로 마시거나 아이스커피로 마시면 좋아 보인다.


이번 테이스팅 박스로 커피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 내가 직접 로스팅한 라바 블랙 허니도 포함해서 말이다. 다음번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다시 신청해보고 싶다. 재밌고 맛있으며 공부가 되기도 하니까.



엘 살바도르 커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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