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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15. 2023

콜롬비아 레세르바

럼 배럴 에이지드

로스터리 카페에서 일할 때, 위스키 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마신 적 있다. 시원하게 마시면서 이런 느낌을 주는 게 커피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나도 이런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 직접 향을 입혀볼까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그런 가공을 거친 커피를 찾았다.


콜롬비아의 레세르바 농장에서는 위스키 대신 럼이 담겼던 오크 배럴에서 커피를 숙성시켰다. 생두 포장지를 뜯자마자 묵직한 럼 향이 퍼졌다. 처음 커피를 볶았을 때는 향기 너무 강렬했다. 발효 냄새가 너무 강했다. 물론 그만큼 알코올 사이에 스며든 오크의 향도 있긴 했다. 그러나 특유의 발효취를 줄이고 싶었다. 다시 도전했을 때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균형 잡힌 향미에서 브랜디 같은 풍미가 느껴졌다. 언젠가 친구가 사 왔던 헤네시가 이런 느낌이었던 듯싶다. 묵직하면서 달큼한 알콜 향.


특수 가공을 거쳐서 숙성된 커피 생두는 가격이 비쌌다. 사실 이런 커피는 비쌀 수밖에 없다. 커피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술을 좋아해야 한다. 단순히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위스크와 럼, 브랜디를 즐기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커피와 위스키의 교집합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수의 취향 덕분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생산량도 많지 않다.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커피다. 원래는 200g씩 판매하던 커피 원두를 100g으로 줄여서 소분한 이유는 결국 가격이다.


100g으로 소분한 점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술과 커피를 둘 다 좋아하는 나도 이 커피를 매일 마시고 싶진 않다. 취하고 싶지만 취하면 안 될 때, 독특한 풍미를 느끼고 싶을 때 마시고 싶은 커피다. 매일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맛.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커피다.



콜롬비아 럼 배럴 에이지드 수프리모는 아래 링크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재고가 적어서 금방 소진될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위스키 배럴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이거 다 팔리고 나면 말입니다, 하하.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products/809344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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