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말린의 지향점
커피의 등급을 우리는 스페셜티와 커머셜로 구분하곤 한다. 그 기준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의견이 갈릴지도 모른다. 나는 '단 맛'에 두고 싶다. 사실 커피의 단 맛은 참 느끼기 어렵다. 내 주변 사람들만 하더라도 커피의 쓴 맛이나 고소한 맛, 그리고 신 맛은 확실히 느낀다. 그러나 단 맛에 대해서 물어보면 갸우뚱한다. 사실 커피에게서 주는 '단 맛'은 실제로 우리가 혀에서 받아들이는 단 맛과는 다르다.
단 맛의 인식은 여러 가지에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둥근 모양의 초콜릿은 더 단 것으로 인식되고 각진 모양의 초콜릿보다 덜 쓰다고 받아들인다. 캐러멜과 바닐라, 베리 같은 향은 단 맛의 인식을 높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소량의 소금이 단 맛을 더 잘 느끼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짠'이라면서 솔티드 캐러멜이라는 음료를 종종 볼 수 있다. 음식에도 과자에도 음료에도 알게 모르게 단짠은 응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커피는 '쓰다'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소주를 달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쓰기만 한 걸 왜 마시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소주엔 인공감미료나 설탕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데도. 그런 경우는 쓴 맛을 잘 느끼게 타고난 사람일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커피란 쓰디쓴 검은 물과 다를 바가 없다.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가볍게 볶은 커피도, 강하게 볶은 커피도 어느 정도의 쓴 맛은 있을 수밖에 없다. 카페인이 쓴 맛이기도 하고 볶는 과정에서 쓴 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마다 똑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다르게 맛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단 맛은 더욱 어렵다. 커피 속에 있는 당류는 로스팅 과정에서 99%가 소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 맛은 있다. 커피를 마시기 전 코에서 느껴지는 상큼하면서 달짝지근한 과일 향에서, 입에서 맴도는 질감에서, 목에서 넘어가면서 맴도는 향에서 우리는 '달다'라고 인식할 수 있다. 이런 단 맛은 우리의 경험 속에서 습득된다. 과일이나 꽃 같은 향미에서, 캐러 말 같은 풍미와 질감에서 말이다. 마치 등산을 하다가 마신 시원한 물을 '달다'라고 뇌가 인식하는 것처럼. 결국 사람의 경험에 따라서 커피의 단 맛은 이리 튀고 저리 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말린의 지향점은 결국 '명확한 캐릭터'다. 하나의 풍미가 확실하게 느껴질수있다면 그 풍미가 흥미로운 커피 경험을 전달해줄거라 믿는다. 그게 부디 달달한 경험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여전히 커피를 볶고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둘러보실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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