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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un 12. 2023

커피를 마시는데 왜 '무산소'라는 단어가 나올까?

에네로빅과 카보닉 메서레이션

카페에 가서 간만에 있어 보이는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이름이 독특했다. 기나긴 이름 사이에 '무산소'라는 단어가 보였다. 드립 커피 한잔에 무려 12,000원.  대체 커피를 마시는데 무산소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그리고 무산소 과정을 거친 커피가 가격대가 비싼 걸 볼 수 있다. 왜 비쌀까?


흔히 말하는 무산소 발효 과정은 에네로빅(anaerobic)이라고 불리는 기법이다. 이 영단어는 '무산소 성의', '혐기성의'라는 의미다. 와인 용어로 따지면 '생육하는데 공기가 필요하지 않은 미생물'이라고 나와있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로 포도를 발효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커피를 가공하면 기존의 커피와는 다른 풍미를 가진다. 특히 무산소 발효로 보다 섬세하게 가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고 커피 체리의 과육이나 점액질의 양을 조절하여 변화를 줄수도 있다.


간혹 탄소침용이라는 공법, 카보닉 메서레이션(Carbonic Maceration)이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무산소 상태를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따지고 보면 에네로빅의 방법 중 하나를 탄소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방법은 와인에서 먼저 시작했다. 와인에 있어서 카보닉 메서레이션 공법이란, '포도송이를 손으로 수확하고 파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로 포화된 상황에 두는 것'을 말한다. 즉, '무산소'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나게 두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와인은 탄닌 함량이 줄어들면서 색상은 진해진다고 한다. 와인은 1930년대부터 도입된 방법이다. 커피업계에서는 2010년대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커피는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된다. 와인 같은 느낌이나 붉은 과일 같은 캐릭터가 짙어진다. 물론, 발효 과정을 통해서 너무 진한 향이 때로는 춘장이나 된장 같은 특유의 발효취를 만들기도 한다. 처음 무산소 발효 커피를 접한 사람은 호불호가 심한 편이다. 게다가 에너로빅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기존 커피 가공 방식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무산소 상황을 만들기 위한 통을 준비해야하며 발효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덕분에 비싼 가격대가 형성되어 고객들의 호불호에 한 손 보탠다. 그럼에도 무산소 발효 커피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명한 커피로는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농장이 있다. 리치, 리치 피치 등의 이름으로 선명한 과일의 풍미가 난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마셔봤을 때도 그랬다. 마치 주스를 연상케 하는 느낌. 물론, 발효취도 분명 있지만 말이다.


나 또한, 부드럽고 깔끔한 무산소 발효 커피나 독특한 풍미를 가진 오크 배럴 에이징 커피를 다루고 있다. 이번엔 라즈베리 같은 풍미를 지닌 커피를 볶았다. 이름부터 '라즈베리 캔디'라는 단어가 붙어있었다. 나는 차마 라즈베리 캔디라고 써붙여놓기 힘들어서 그냥 '에티오피아 넨세보 웨스트 알시 무산소 내추럴 G1'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무산소 발효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 가볍지만 너무 가볍진 않게 볶았다. 선명한 라즈베리 향과 블랙 티 같은 깔끔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다. 가격대가 다른 커피보다 비싼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열심히 볶고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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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 커피와 와인(커피 리브레)

참고문헌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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