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포장하며

로스터의 생각

by 글도둑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를 포장한다. 드립백 주문인 경우엔 커피 원두를 분쇄하고 드립백 용기에 담아서 포장부터 한다. 이제 스티커를 출력해서 드립백에도 하나씩 붙이고 있다. 어떤 커피인지 알아보기 쉬워서 구분하기 쉽게 바꿨다. 그전에는 알파벳 스티커로 구분했는데 커피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스토어로 접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내가 조금 더 번거로우면 되는 일이다.


싱글 오리진 원두를 추가하면서 신규 드립백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래서 이번엔 코스타리카 드립백을 새로 추가했다. 지난번에 로스팅했던 '코스타리카 세로 산 루이스 라 아만다'라는 녀석인데 깔끔하면서도 선명한 단 맛이 마음에 든다. 생두를 조금 더 사서 원두로도 판매해 볼 계획이다. 우선은 드립백으로 팔아보는 게 먼저다.


원두 포장은 보다 쉽다. 로스팅해서 포장된 커피 원두를 박스에 넣으면 끝이다. 로스팅하고 나서 스티커를 다 붙여서 쌓아놓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포장해서 보낼 수 있다. 이번엔 올드맨 블렌드 주문이 들어와서 포장을 해놨다. 오전 일찍 택배 기사님이 수거해 가실 예정이다. 포장을 하면서 내가 써 놓은 풍미에 대한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에스프레소로 내려서 아메리카노로 마실 대는 분명 이런 맛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마셨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테니까. 그래서 종종 커피 유통업체의 설명을 보면 별에 별 컵 노트들이 다 쓰여있다. 마치 '네가 이 중에 하나는 느낄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적어도 블랙 말린 은 명확히 느낄 수 있는 맛만 적어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로스팅을 하고 커핑을 하면서 이 정도면 명확한 맛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러다가 간혹 '와, 이건 확실하다.' 싶은 녀석들도 있다. 주로 내추럴 계열의 커피가 그렇다. 과육이 있는 상태에서 커피생두를 말리면서 맛이 배어들어서 그렇다. 최근에 볶은 '페루 라 사랑하 내추럴'이 그랬다. 적포도 같은 풍미가 아주 마음에 든 커피다. 뜨겁게 내려서 서서히 식어갈수록 단 맛이 올라왔고 점차 포도 주스 같은 느낌이 들어서 놀라웠다.


물론 내가 직접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것과 고객이 느끼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커피에서 무슨 과일 맛이야?' 하면서 의구심을 가진 녀석도 있다. 그를 커피 맛으로 설득시키는 게 내 목표였다. 근데 요즘엔 위가 안 좋다면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고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도 열심히 찾아서 볶아볼 예정이다.


슬슬 뜨겁고 습한 여름이 다가온다. 로스터에게는 너무나 귀찮은 계절이다. 생두를 관리하기도 힘들며 로스팅하는데 변수도 많다. 그래도 열심히 볶을 수밖에.



For sale:

coffe bean. never brewed.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군가의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