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견문록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펠트 커피가 있는 걸 발견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이다. 점심을 먹고 나왔다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커피를 한잔씩 들고 산책을 가기로 했다. 근처에 공원이 좋다면서.
판교역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면 하얀색과 상아색 나무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쿠션이라고는 1도 없는 의자, 심지어 등받이도 없다. 좋게 말하면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요, 대충 말하면 빨리 먹고 나가라는 발악이다. 이런 인테리어로 만들어 놓은 이유는 근처에 회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약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면 회사원들이 하루 종일 앉아있을지도 모른다.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드립 커피 중 '파나마'라는 곳이 보인다. 아주 유명한 커피 산지 중 하나다. 다름아닌 비싸기로. 그래서 주문해봤다. 심지어 파나마 게이샤 커피다. 게이샤 또는 게샤라고 불리는 커피 품종은 풍미가 꽃같은 느낌이 있다고 해서 고가에 거래되는 커피 품종이다.
내가 주문한 드립 커피는 파나마 드립 커피는 추가로 3,000원이 붙는다. 사실 드립커피가 6,000원이라 주문하려했는데. 커피 한잔에 9,000원이라니. 점심 때 같이 먹은 소맥 덕분인지 호기롭게 주문했다. 커피의 이름은 'Panama Savage 'Parabolic' Geisha Carbonic Marceration Natural'이다. 해석해보자면 파나마 새비지 농장에서 만든 커피로 게이샤라는 품종으로 '파라볼릭'이란 이름을 임의로 붙인 듯 하다. 카보낵 매서레이션과 내추럴은 가공방법으로 커피 체리 상태에서 탄소 침용으로 혐기성 발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말하면 복잡한 가공 방법을 거쳐서 만든 비싼 커피되시겠다.
커피가 추출되는데 5분 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고 주변을 둘러봤다. 옆의 진열장에는 콜드브루, 캡슐커피, 커피 원두, 비커, 드립백 등 다양한 커피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펠트 커피의 특징은 원두 봉투에 독특한 패턴이 그려져있다는 점이다. 이는 테이크 아웃 잔에도 반영되있다. 이 패턴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커피마다 그 풍미에 따라서 다르게 만든 듯 싶다.
내 브랜드 로고가 떠올랐다. 내가 판매 중인 커피 원두는 포장지를 봤을 때, 어떤 풍미인지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붙인 스티커를 읽어봐야 알수있다. 그러나 이렇게 색으로 보여주는 것도 재밌는 생각이다. 물론, 설명을 해줘야만 알겠지만 한번 설명을 듣는다면 커피 봉투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맛인지 유추할수있게 되니까.
색으로 커피의 로스팅 스펙트럼을 분류하는 건 어딜가나 하고 있지만 커피 포장지에 적용시키는건 쉽지않다. 각기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으니 다양한 포장지를 써야한다. 돈이 많이 든다는 소리다.
테이크 아웃잔에도 정체 불명의 패턴이 그려져있다. 드립 커피는 파란색 스티커를 붙여서 주는 듯 하다. 빨대는 종이 빨대, 컵도 종이컵. 어딜가나 피할수없나보다. 파나마 드립 커피에서는 오렌지 같은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커피를 잘 모르는 친구도 한모금 마시고서는 커피가 아니라 오렌지 주스 같다는 평을 들었을정도.
특수 가공된 커피의 특징인 발효취가 아주 살짝 있었지만 커피는 충분히 훌륭했다. 상큼한 단 맛과 와인 속에 들어간 탄닌 같은 은근한 떪은 맛이 과일을 연상케했다.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커피다. 난 이렇게 확연한 캐릭터를 가진 커피가 좋다. 그만큼 비싸서 흠이지만 말이다. 이런 커피를 만들고 소개할수있도록 열심히 볶아볼 생각이다. 일단 지금 있는 생두부터 다 팔고 나서..
https://smartstore.naver.com/blackmarlin
휴일은 잘 보내셨는지요?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슬슬 로스팅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스토어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여전히 커피를 볶아서 팔고 있습니다. 주문 하시면서 '브런치에서 보고 왔어요!' 라고 적어주시면 더 챙겨드리고 있으니 꼭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