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한 기분이다. 분명 오피스텔 같은 건물의 입구에는 겔란데 커피룸의 표지판이 있었다. 그리고 매장의 입구에도 겔란데커피룸이라고 쓰여있었다. 물론, 그 아래에 있는 바이크 헬맷이 살짝 이상하긴 했다. 입구에 잔뜩 쌓여있는 박스도 의심스러웠지만 인테리어는 사진으로 본 그대로라서 맞는 것 같았다. 의심이 짙어진 것은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할 때였다. 원래 먹고 싶었던 바나나 푸딩이랑 크림 라떼가 안보였다. 그러나 일단 왔으니 아메리카노와 아인슈페너, 그리고 블루베리 크로플을 주문했다.
테이블은 4인 테이블이 3개, 창가가 보이는 테이블 하나가 있었다. 손님보단 배달 주문이 많은지 배달 알림이 계속 울렸다. 더불어 분주하게 만드는 직원 또는 사장님의 움직임. 카페가 아니라 카페테리아에 가까운 메뉴들. 분명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이미 ‘겔란데커피룸 수원’은 이미 망한 것 같았다. 대신 이 공간은 다른 사람에게 인수되어 ‘카페시그니쳐’로 운영되고 있는 듯 했다. 겔란데커피룸과 카페 시그니쳐는 지향점이 매우 달랐다.
커피룸의 경우, 인스타 감성의 요즘 카페라면 시그니쳐는 배달 위주의 예전 카페에 가깝다. 얼마나 배달 위주냐면 카페인데 김치볶음밥을 비롯한 별에 별 메뉴가 다있다. 예를 들어, 딸기청이 있다면 딸기 라떼, 딸기 에이드, 딸기 스무디, 딸기 주스 등등을 만들어서 파는 느낌이다. 음료의 종류만 11가지가 넘고 디저트도 매우 많다. 이게 재고 관리가 잘 될까 싶을정도로. 나는 겔란데커피룸을 갔는데 정작 도착한 곳은 배달 전문 카페인 셈이다.
뭔가 낚인 기분이지만 어쩔수없었다. 아인슈페너는 아메리카노에 크림을 띄운 맛이다. 커피와 함께 마시기엔 맛이 밍밍했다. 의외로 아메리카노는 맛이 괜찮았다. 블루베리 크로플은 정직한 맛이었다. 크로플에 생크림, 블루베리 잼을 올린 맛. 맛있게 먹고 나서 1층의 간판을 왜 안치웠을까를 생각해봤다. 결론은 딱 하나. 인수한지 정말 별로 안된 곳이다. 키오스크 옆에 놓인 개업 기념 화환과 분주한 주방, 그리고 잔뜩 쌓인 쓰레기와 박스들이 오픈 초기라는 것을 보여줬다. 과연 이런 배달 전문 카페가 잘 될까. 메뉴가 워낙 많아서 근처에 자취하는 사람들이 자주 주문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매장에 머무르면서 배달 주문이 꾸준히 들어왔다. 궁금한 점은 재고 관리하기 어려워보이고 배달팁이 생각보다 커서 매출보다 배달 대행료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커피 배달의 문제는 그거다. 커피의 단가가 낮아서 디저트류를 함께 배달해야하는데 디저트나 커피는 배달 중 망가지거나 흐르기 좋다는 점. 그나마 커피는 캔 실링기로 밀봉한다지만 생크림이 들어가는 크로플이나 스프, 시리얼류는 어떻게 배달하는지 모르겠다. 다 방법이 있겠지 싶다.
여러모로 의문이 많이 드는 공간이다. 다행히 이제는 카페 시그니쳐로 상호가 바뀐 듯 싶다. 겔란데 커피룸 간판과 문구도 치워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