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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Nov 16. 2024

언제쯤 나는


2주 혹은 3주에 한 번씩 진료를 받는다. 의사는 내가 잠은 잘 잤는지 식욕과 손떨림 부작용은 어떤지, 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 힘들진 않은지 물어본다. 반은 괜찮고 반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 바닥에 깔린 짙은 우울 때문인지 괜찮은 날에도 안갯속에 갇힌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는 바닥이 나 아이들의 부름에 한숨만 늘어가고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그다지 우울하지 않았던 하루도 하루종일 늘어지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성격 자체가 우울한 건가. 나는 우울한 성격인 걸까.


의사는 내 말에 따라 뭔가 컴퓨터에 기록한다. 나의 일상, 나의 가족, 나의 부작용을. 의사는 그동안 우울했던 기간이 길어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괜찮은 날에도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했다. 맞다. 나의 우울은 깊은 만큼 오래되었다. 생각조차 나지 않는 저 어린 시절부터.

약은 줄었다가 다시 증량되었다. 식욕이 증가하지 않는 선에서 약을 늘려주겠다고 했다. 부작용 중 하나인 체중증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나의 말에 따른 처방이었다. 양극성장애는 생물학적 질환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한다. 양극성장애 치료 이제 4개월 차. 꾸준히, 계속해서 증량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지치게 한다.


남편에게 무알콜 맥주를 사다 달라고 했다. 스트레스엔 맥주인데 나는 약을 먹어야 하니 알코올은 금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무알콜 맥주. 알코올 0%의 맥주는 일반 맥주와 맛이 달라 흠칫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지쳐도 지겨워도 약을 매일 먹을 계획이니까. 나는 괜찮아져야 하니까. 잘 살아내야 하니까 말이다.


하루, 또 하루를 잘 살아내면 되는 거다. 오늘을 잘 살아내고 또 그다음 오늘을 잘 살아내고. 오늘이 별로였다면 내일 잘 살아내면 되는 거다. 잘 살아내는 오늘을 모으고 모아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다. 짙은 안개가 깔린 날도 깊은 우울의 날도 그냥 넘겨버리자. 그다음 다시 잘 살아보자.

괜찮은 나를 향해 간다. 우울한 내가. 양극성장애인 내가. 보이지도 않는 안갯속에서도 꾸준히 걸어가 보자. 지쳐도 천천히. 잘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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