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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Nov 19. 2024

들뜨는 하루를


매일이 비슷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고, 드라마도 보고, 글도 쓰고. 어느 날은 장을 보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 하루가 비슷비슷해도 나에겐 고마운 하루다. 무기력에 누워있던 시간은 사라지고 심심한데 다이소나 구경 가볼까 하는 그런 일상이 조금씩 찾아왔다.


"우울한 게 좀 나아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의사는 물었었다. 그 물음에 난 울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걸을 수 없었고 먹을 수 없었다. 그런 시기를 지나 조금 나아진 지금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고 한다. 걷기 운동을 한다던지, 친구를 만나려 한다던지.

그래도 매일 움직이긴 아직 무리라 대부분 집에서 비슷비슷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끝내면 여유로운 시간이 온다. 너무나 고요한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써도 시간이 남는다. 이젠 지쳐 누워있는 시간이 없어져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쩐지 어려워져 버렸다.


의사와의 대화는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매번 울며 휴지를 건네받는 진료에서 지금은 살짝 웃으며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좋아져서 여기까지 온 나를, 나는 칭찬한다. 언젠가 다시 우울이 덮쳐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이만큼이라도 좋아진 내가 참 괜찮아 보인다. 하루하루 무엇을 하고 지낼지 생각하는 내가 좋아 보인다. 그리고 그 하루가 나를 들뜨게 한다.


들뜨는 하루와 스산하고 어두운 하루. 내 하루들은 이렇게 채워진다. 들뜨는 하루가 지나가면 어두운 하루가 오기도 하고, 어두운 하루가 지나가면 또 들뜨는 하루가 오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우울에 빠진 것 같으면서도 빛나는 하루들을 모아 행복한 나를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까 했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깊이 불안하고 예민하고 또 우울했던 나의 내면 조금씩 검은 구름이 걷히고 있다. 이런 비슷비슷한 하루가 모여 행복의 시간이 되는 거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려운 하루도 소중한 하루인 것을 나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언젠가 다시 우울이 덮쳐와도 우울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고 있는 지금의 시간을 생각하며 다시 극복할 수 있기를. 오늘도 내일도 들뜨는 하루가 되길. 지금부터는 언제나 소중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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