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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당하는 캣콜링

길을 걷다가 마주하는 일상 (?)

by 반쯤 사이공니즈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베트남에서 여자들이 겪는 캣콜링 혹은 성추행이 얼마나 일상적인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심지어 베트남사람도, 베트남에서 오래 산 한국사람들도.


어느나라를 가든, 길을 걷는 여자들을 불쾌한 눈빛으로 훑거나 관심을 끌기위해 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베트남의 캣콜링이 악명 높을 정도는 아니지만, 혐오와 편견 없이 오직 내가 겪었던 일들만을 담담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단, 나는 짧은 치마나 몸이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는다.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가 많아 치마가 불편하고, 햇빛이 강해서 겉옷이 없이 장시간 노출되면 살이 따갑다. 굳이 이걸 설명하는 이유는 문제는 옷차림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는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또한 내가 특별히 이쁘거나 섹시해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모든 여성들, 베트남인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일어나며,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시선

동네에서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에 반팔티셔츠 차림으로 걸어가면, 공사장 인부들 혹은 가게앞에 앉아있는 직원들까지 위 아래로 쳐다보는 시선은 기본이다. 왜들 그리 길에 주저 앉아있는걸 좋아하는지? 호치민 푸미흥(한인다수거주지역)에서는 걸어다니는게 비교적 자유롭고 편리한데, 길을 지나가다 그런 사람들이 앉아있으면 멀리 돌더라도 다른길로 간다. 그 시선이 생각보다 더 노골적이고 과감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선은 워낙 일상적인것이라서, 언급하기가 무안 할 정도이다. 베트남은 여자들이 드세다는 말을 많이하는데, 남자들의 다른여자들을 향한 가벼움과 주체할 수 없이 돌아가는 눈을 보면 베트남 여성들의 강한 통제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수가 저렇게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본듯하다.


캣 콜링

어린시절 친구와 호치민 시내 1군에서 길을 걸으면 정말 많은 경비들이 휘파람 혹은 쪼옥하고 뽀뽀하는 소리를 냈다. 정말 더럽고 지겨워서 한번은 닥치라고 소리치며 손으로 뻑큐를 날려주었다. 그랬더니 그 경비들은 최고의 보상을 받은 원숭이 마냥 웃으며 펄쩍펄쩍 뛰었다. 이런 캣콜링이 불쾌하지만 무서워서 반응하지 못하던 베트남친구는 나를 보고 멋있다고 말하는걸 보며 씁쓸했다. (사실 무시가 최선이다.)


7군 푸미흥에는 큰 사거리가 있는데, 2번에 나누어서 건너야한다. 신호를 건너는 나에게 신호대기중인 큰 컨테이너 차량들이 클락션을 울린다. 한번은 놀라서 쳐다 봤는데 운전기사가 자신을 쳐다보니 좋다고 씩 웃는 모습을 봤다. 컨테이너 차량의 클락션은 정말 소리가 크다. 그저 자신을 쳐다보라고 관심을 끌기위해서 그런짓을 한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길을 건널때 클락션이 울려도 앞만 보고 걷는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 외...

개인적으로 오토바이 정비소를 혼자가는걸 정말 싫어하는데, 남자 작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오토바이타는 외국인 여자애는 그들에게 재밌는 소재다. 지금은 프렌차이즈처럼 서비스에도 신경을 쓰는곳이 많이 생겨서 덜 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남자친구가 있느냐, 혼자사느냐, 몇살이냐 부터해서 어떤 베트남 아저씨(정말 액면가 40대후반)는 나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며 진지하고 수줍게 청했다. 다시는 그곳을 안갔다.


내가 일하는 곳 옆 가게에 대략 50대쯤으로 보이는 경비 아저씨가 계셨는데, 일을 정말 열심히 하시고 매너가 좋으셔서 인사를 잘 하며 지냈다. 근데 나에 대해서 남에게 묻거나,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루는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냐며, 결혼했냐며 묻길래 없다고 했더니 자신도 미혼이며, 여자친구가 없다고 자신은 38살이라 밝혔다. 그러고는 내 전화번호를 묻길래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려 자리를 피했다.


실제로 성추행을 당했던 적이 한번 있었다. 반려견 미용을 맡기고 펫샵 카운터에 서서 계산 중이였다. 물건을 납품하러 온 배달부가 들어오면서 나를 기분 나쁘게 훝는것을 인지했다. 잠시후 그놈이 일부러 내 뒤로 지나가면서 내 엉덩이를 쥐어잡았다. 손등으로 스치는 척 하면서 쓱 손바닥으로 돌려서 잡는 형태로 만졌으니 명백했다. 사자후로 크게 호명한 뒤, 아주 결백한 표정으로 놀란 연기를 하던 놈에게 달려가서 엉덩이에 로킥을 꽂았다. 나는 어릴때부터 합기도와 태권도를 배워서 대처할 수 있었다. 미친사람처럼 한국어, 영어와 베트남어가 뒤섞인 큰 소리를 지르며 그놈을 구석으로 몰았다. 우연하게도 거기 샵의 직원들 모두가 남자였는데, 날뛰는 나를 보며 두려워했다. 매니져같은 사람을 붙잡고 설명하니 확실하냐고, 착각한게 아니냐 묻길래 정확한 손 동작을 보여주니 그 직원도 수긍하는 듯했다. 그 놈은 울것처럼 억울하다며 아니라고 잔뜩 불쌍한척을 계속했다. 이후, 오빠와 새언니가 달려와서 그 가게 본사에 연락해서 우리에게 그 당시 찍힌 CCTV장면과 그 배달부의 신원정보를 넘기라고 신고하겠다하니, 본사에서 사과 이메일이 날라왔다. 거래처의 직원이였으며 바로 해고되었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사실 꽁안에 신고해봤자 접수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도 기대는 안했기에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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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은 대부분 내가 어렸을때, 5~10년전에 있었던 일들이다. 지금은 확실히 덜 일어나며,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든 옛 세대의 사람들이 많은 편이고, 환경과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해둔다.


그리고 또한, 베트남 젊은 세대들의 패션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멋을 부린 당당한 여자들이 보편적으로 많아지면서, 이런 캣콜링도 도시 중심지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린시절 겁이 없었기도했고, 운동을 했던 터라 위험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금은 그저 무대응, 무관심이 최선이라는걸 안다. 이글을 읽고 혹시라도 나처럼 강하게 대응하다 피해를 보는 여성들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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