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다정한 어른이 되기까지
“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사랑해.”
그 말은 오래전 잃어버린 우편처럼,
예고 없이 도착했다.
기다림이 끝난 줄 알았는데
그제야 겨우 문 앞에 선 인사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가만히 그 말을 들었다.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알았던 문장이
어쩐지 마음 깊숙한 곳을 무겁게 눌렀다.
왜일까.
그 말이 필요한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말로 배운 기억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랑이 없을 때 사람은 어떻게 자라는가를
먼저 배운 편이었다.
어떤 말도 들리지 않던 긴 시간
어떤 손길도 닿지 않던 순간들.
그 안에서 나는 울지 않는 법을 익히고
묻지도 않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법을 배웠다.
어떤 감정들은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지나갔고
어떤 상처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없던 자리에 책임처럼 자리를 지키며,
스스로를 안고 자라야 했다.
요즘 자주 생각한다.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SNS에서 한 장의 그림을 봤다.
좋은 어른이란
맛집을 많이 아는 사람
어리다고 반말하지 않는 사람
자랑과 충고는 1분을 넘기지 않는 사람
길에 가래침을 뱉지 않는 사람
가볍게 웃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좋은 어른은 거창한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
함부로 말하지 않고
눈앞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말이 아니라 태도로 기억되는 사람.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가 사랑을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이 너무 늦게 왔음을 알았다.
그래도 그 말은 나를 조금 흔들었다.
늦은 말 앞에서도 마음이 무너지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말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기로 했다.
상처를 반복하지 않고,
결핍을 핑계 삼지 않으며,
받지 못한 것을 더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조용히 연습하는 중이다.
“나는 잘 자랐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없는 시간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며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누군가의 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누군가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지만,
조심스레 나를 세우고,
천천히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조금씩 잘 자라고 있는 중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말보다 다정하게.
말보다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