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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깜짝 놀랄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글 좀 쓰시는, 동네의 친한 전교회장 어머니가 어디서 들었다며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랄만큼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말, 알아?

한낱 보통의 나약한 인간인 나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풉 하고 실소가 터져버렸다. 내적 관종이랄까, 속으로 남 의식도 잘 하고, 타인의 관심과 칭찬이 에너지가 되는 나에겐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사람들은 남을 의식한다. 아니,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4~5살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남을 의식하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옷을 입고 다니고, 무리를 지어 살면서 그 안에서 또 그룹을 짓고, 맘에 드는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며 그 안의 서열을 정하고 누군가에게 잘보이려 애쓰면서 살아간다. 혼자만 생각한다면 이런 문명도 없었겠지.



그런데 요즘 글을 좀 써보려 하니, 이 지점이 자꾸 걸리적거려서 못살겠다.

진짜 내 글을 쓰려면 속을 많이 드러내야 하고, 진짜 가식없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쓰다 보면 자꾸 말을 빙빙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서랍에는 차마 발행하지 못한 덜익은 어설픈 글들이 벌써 수두룩하다. 

이건 마치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를 떨긴 떠는데, 앞에 앉은 친구가 입이 좀 가벼운 애라 반은 믿고 반은 못 믿겠는 심정으로 고구마 한 개 목에 걸린 채 빙-둘러 이야기 하는 느낌인 거다. 중요한 내용은 쏙 빼고.

친구들이랑 이런 저런 속 깊은 이야기를 좀 해 봤다면, 내 말이 이해가 갈거다.

진짜 내 편인 친구,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절대 새어나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는 베프에게는 정말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던 시절도 있었다. 매일같이 만나던 대학 동기 내 친구.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된 앳된 우리는 매일 붙어 다니면서 수다를 떨고, 그날 그날의 일상을 빠짐 없이 공유했다. 지루한 전공 수업과 빡빡한 과제 틈에서도 우리는 틈만 나면 대화를 했고, 심지어 수업 중에는 쪽지나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기까지 했다. 각자 요즘 연애 근황에 대해서도 시시콜콜 털어놓고, 그래서 그 오빠들 중 누가 제일 괜찮은지, 누구랑 잘되가는지와 각자 다른데서 주워모은 다른 가십거리들까지 모두 나눴다. 그러다 또 진지한 미래에 대한 꿈 이야기까지, 생각해보면 어쩜 그렇게 할 얘기가 많았나 싶다. 


이은경 작가의 오후의 글쓰기 라는 책을 보면 '세 시간 법칙' 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작가님도 어느 대형 출판사의 편집장 특강에서 들은 말이라 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적어도 세 시간 동안 쉼 없이 풀어낼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내 첫 책의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달리 말하면 무언가에 대해 혼자 세 시간 쯤은 거침없이 줄줄 말 할 수 있어야 책을 쓸 수 있다는 말로도 들렸다.

물론 여기서 말한 시간은 꼭 세 시간만은 아니고, 두 시간이어도 한 시간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요점은 내가 무언가를 그 정도로 한참을 이야기할만큼의 이야깃거리어야 한다는 거고, 그러려면 내 앞에 앉은 그 사람이 내게 고구마를 먹이는 자가 아닌, 베프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밀을 지킬 것 같고, 실제로도 비밀을 잘 지키며 그런 믿음이 가는 상대.


©픽사베이


하지만 독자가 그럴까?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말이 바로 아까 그 말이다. 내가 글을 쓰기로 한 이상, 사람들은 깜짝 놀랄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독자를 그냥 믿자.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를 하면서도 사람들은 자꾸 주변 아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볼 것 같고,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하며 날 욕하거나 내가 올린 그 내용을 곱씹을 것이라는 착각에 뭐든 멋지게, 있어 보이게 포장하려 애쓴다. 하지만 진짜 내 글을 쓰려면 그런 의식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모닝 커피 한 잔과 함께 읽은 포털 뉴스의 가십거리를 우리는 몇 초 동안 이어서 생각할까? 보통 다음 기사로 넘어감과 동시에 깨끗하게 잊곤 할 것이다. 

그런 걸 알면서도 우리는 참, 남들이 나만 바라본다는 착각 속에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그렇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책을 볼 때도, 브런치 글들을 읽을 때도 알 수 없는 원론들만 뜬구름 잡듯 써내려간 글 보다는 정말 솔직한 그 사람의 경험담이 눈에 띄고 한 번 더 읽히는 것 처럼. 나도 그런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아는 누가 안 본다. 봐도 관심 없다. 관심을 갖더라도 금방 잊는다.

그게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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