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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가 줄어들었다

한동안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를 게을리하다 보니 구독자 수가 몇 명인지 의식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1일 1 글을 결심한 오늘, 다시 눈에 불을 켜고 내 브런치를 들여다봤고 구독자 수까지 정확히 확인하게 되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틈틈이 써서 결국 발행에 성공, 소소한 기쁨에 가득 차 몇 번을 들락거리던 오늘.

갑자기 뭔가 좀 이상하다.


숫자가 달라 보였다. 아깐 분명 9로 끝났는데, 그래서 1명만 더하면 십의자릿수가 바뀌겠다 생각하며 혼자 슬며시 웃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숫자는 8로 끝나는 수였다.


누구야.  발행하자마자 누가 구독 취소를 한 거지! 오늘 글이 그리 형편없었나, 아니면 그분의 취향이 아니었나. 아주 잠시 짧은 생각을 해봤다.


사실 오늘은 진짜로 충격받은 건 아니다. 아닌 척하는 게 아니라, 브런치 독자 수는 이상하게 크게 마음 쓰이지 않는다. 이 플랫폼 자체가 나에게 워낙 푸근한 곳이라 그런 듯도 싶다. 내가 구독자 수에 연연했던 곳은 따로 있었다. 어디일까, 아마 짐작이 갈 수도 있다. 바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유튜브는 한창 신경 쓰면서 열심히 하던 시절에 그랬고, 인스타그램 역시 그랬다. 몇 년 전 인스타그램을 키워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인스타 키우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업을 들어본 적도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 돌아가는 생리조차 잘 모르니 그런 수업을 들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울 게 정말 많을 것 같았다.


정말 그랬다. 태그 활용법, 인스타 감성 듬뿍 담긴 사진 촬영법 등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 투성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팁도 있었으니. 바로 '구독자 늘리는 방법'이었다. 강사님이 알려주신 방법은 다양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바로 '맞팔'이었다. 이미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들이야 일반 유저가 아무리 팔로우를 해도 맞팔은 잘해주지 않지만, 이제 막 자신의 계정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얄짤이 없다. 무조건 맞팔을 해준다. 특히 서로 상부상조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예의도 갖춰가며, 쪽지로 맞팔을 '요청'드리기도 한다. 선팔했으니 맞팔 부탁드린다, 이런 식이다. 아주 훈훈하다.


여기서 가끔 문제가 터진다. 심지어 오늘은 그런 장면을 내 두 눈으로 목격하기에 이르렀다.


평소처럼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수없이 올라온 피드들을 쭉- 스크롤해 내려가고 있었다. 눈에 띄는 피드가 있었고, 아이디를 보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터치, 더 자세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피드 내용을 다 읽고 댓글 쪽을 쓱 보는데 첫 번째 댓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저 혹시 저는 그쪽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쪽은 저를 언팔 중이시라서요. 제가 어떻게, 왜 그쪽을 일방적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식의 내용이었다. 얼핏 봐서는 내용이 너무 이상했고 댓글을 받은 인플루언서 역시 황당했을 터, 답글에 이렇게 달았다.


<안녕하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드리는 정보 때문에 팔로우하셨던 것 아닐까요? ^^;>


그에 다시 달린 대댓글은 이랬다.


<그럴 확률은 극히 낮고요, 아마도 서로 맞팔하기로 했다가 그쪽이 먼저 언팔하신 것 같습니다.>


뭔가 무척 찌질한 듯한 댓글 퍼레이드에 눈살을 찌푸리며 양쪽 계정의 프로필에 모두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웬걸... 두 분 모두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들이었다. 두둥.


이분들 모두 내가 예전에 배웠던 방법처럼, 팔로워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발굴하고 맞팔하며 계정을 키워나갔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고리즘의 은혜를 받으며 릴스 하나가 빵 터졌다던가 하면서 저절로 들어오는 팔로워가 줄을 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팔로잉 수보다 팔로워 수가 배 이상 늘어나면서부터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그간 소소하게 팔로우하던 인연은 사사삭 끊어내기도 했을 것이다. 왜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 보면 팔로워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막상 본인이 팔로잉하는 수는 몇 안 되는 것, 많이 보지 않았는가... 바로 그런 도도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나 역시 몇 년 전 그런 식으로 그분을 팔로우했던 것 같은데, 혹시나 하고 확인해 보니 나 역시 언팔당한 상태였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기분이 별로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그분이 누군지 왜 팔로우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고, 지금의 나는 이전과 달리 팔로워 수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소박한 SNS 이용자일 뿐이니까 말이다.(약간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리고 진짜 기분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난 지금 그분의 피드에서 얻을 게 많거나 친분이 있거나 한 게 아니라서, 이김에 나도 팔로우 취소를 했다.. 이건 정말이다. 그래, 정말이다... 연연하지 않았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건 두 사람 모두, 특히 '언팔에 대한 서운함'을 댓글로 먼저 표현한 그 사람이 더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라는 점이었다. 구독자가 몇만에 육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도 이렇게 작은 일에 연연해하고 배신감 느껴한다니 좀 의외기도, 신선하기도, 동질감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굳이 그걸 공개댓글로 이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팔로워가 뭐길래. 이리들 목숨 걸게 되나 모르겠다. 어찌 보면 그 수에 따라 내 밥줄이 왔다 갔다 하고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명 가지고 뭐 큰 변화가 있겠는가. 적당한 건 적당히 넘어갈 줄도 알아야 미덕이다 싶다. 조금은 각박한 세상이지만 나부터 바뀌어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브런치스토리건 다른 SNS건 구독자수에 진심으로 초월하는 평화로운 때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난, 구독자 1명이 줄어서 속상하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래. 속상하다."

ㅎㅎㅎ(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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