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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Aug 25. 2022

쳇바퀴 같은 삶과 요가 수련

매트 위의 인생, 게으르단 착각


요가의 피크 포즈를 더 잘하려면 매일 몸을 다시 처음부터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힘들게 느껴졌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하는 요가가 부담과 무게로 느껴질 때



‘피크 포즈’란 쉽게 그날 요가 동작들 중 가장 메인이 되는 어려운 동작을 말하며, 비교적 어려운 아사나(동작)에 접근하기 위해 다소 쉬운 동작부터 시퀀스 약 1시간이 구성되어 끝 부분에서 하게 된다.


나는 피크 포즈를 꼭 정하고 요가를 하진 않는다. 평소 살아가면서도 회사에서도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데 무엇에 도달하려는 목적성을 갖고 요가한다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냥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요가할 때마저도 이렇게 목표를 둬야 하나’ 싶어서



 오늘도 수련을 한다. 어제 밥을 먹었지만 오늘도 밥을 먹는 것처럼. 어쩌면 쳇바퀴 같은 하루의 일과 중 하나가 요가인데 문득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 

1시간 동안 잘 풀어놓은 몸이 내일이면 또 굳어서 처음부터 반복해야겠지? 힘들다’


 매일이 쌓이다 보면 내 몸이 나도 모르게 변해져 있고 어려웠던 동작이 편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 일정 수준에서 이후에는 정체기가 올 때가 있고 더 많은 노력, 혹은 다른 방식으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게 쌓이고 있는 것들이 당장 결과로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사실 매일 수련을 하지 못한다. 정말 매일 했으면 이미 더 많은 아사나에 도달했을 듯하다. (아마도)

본업, 부업을 병행하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가르치는 일을 하니 혼자 수련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느껴졌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나름 알고 있다. 하지만 퇴근 후 요가를 가르치고 내 수련을 또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수업이 없는 날엔 충전을 해야 한다며 퇴근 후 누워 책 보고 핸드폰을 보며 빈 둥 되기 십상이다.


 언젠간 ‘나는 충전 중이야’ 어느 날은 ‘나는 게을러..’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늘 부지런하다는 말을 듣고 살지만 귀차니즘이 심한 MBTI이다. (정말로)

특히나 직장인에게 가장 힘든 월요일은 일찍 퇴근해도 매트 위로 올라가기가 어렵다. 왠지 일주일을 위해 몸을 가만히 둬야 할 것만 같다. 이는 지극히 정신적인 문제이며 실제로 몸 컨디션은 수련 후가 훨씬 좋다.


‘나는 게으른 걸까?’ 본업과 부업, N 잡러로 살아가면서도 나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한다.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면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갖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나 자신을 ‘게으르다’ 고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낌다.
<게으르다는 착각 중>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하고 있고 사회적인 관계와 역할 속에 동료로, 친구로, 부하로, 아빠 엄마로, 가족 구성원으로 여러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하타요가 80분 중 코브라 부동수련


 

 내 수련을 게을리하다가 매트 위에 오르면 그 간 게으름으로 몸의 움직임이 둔해짐을 느낀다. 요가강사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사람(?) 보단 몸의 감각에 깨어진다. 나의 경우에도 내 몸의 변화, 남의 몸의 상태에도 예민한 편이다. 수업할 땐 물론 좋은 점으로 작용한다. 오늘 내 몸 컨디션과 굳어짐을 느끼며 이내 또 안 좋은 감정이 밀려온다. 깊은 아사나를 위해선 천천히 예열하며 몸을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컷 한 시간 동안 풀어놓고 이제 몸상태가 돌아왔는데 다음날 아니 고작 몇 시간이 지나면 몸이 굳어져서 다시 풀어야 해..’ 요가도 인생도 쳇바퀴처럼 느껴졌다. 늘 제자리 같고 반복해야 하는 그런 것처럼



내면을 잘 살펴보니 '요가의 피크 포즈를 더 잘하려면'에서 비롯된 부정성이 강화된 마음이었다. 

왜 더 잘하려고 하는 걸까 요가 수련은 그런 게 아닌데, 뭔가 갖지 못한 걸 욕심 내고 집착하며 그다음을 생각하는 게 아닌데 



 언젠간 멀지 않은 과거엔 시르사 아사나(머리 서기) 도 아슬아슬하고 어렵던 적이 있었다. 억지로 하지 못하는 아사나에 매달려가며 엄청 열심히 연습하진 않았다. 나를 그렇게 혹사시키고 싶진 않아서..! 그러나 또 어느 날은 죄책감 비슷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나는 게으른 걸까’


 그때의 몸의 컨디션에 맞고 필요로 하는 요가와 운동을 한다. 언젠가 몸이 준비가 나도 모르게 어려웠던 동작이 편하게 찾아온다.


 어느 날은 그런 여유로운 마음은 어디 가고 또 욕심이 나를 채울 때가 있다.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하지만 살면서도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 같은 걸까, 이런 감정의 과정들도 훗날 지도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하는 요가가 부담과 무게로 느껴질 때 혼란스러운 감정도 찾아온다. 하지만 이 또한 내 마음과 몸에 균형을 찾아가며 수련하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건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인생의 시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가르치는 것보다 내 수련과 배움에 더 할애할 때가 온 것 같아'라는 결론에 달할 즈음 쳇바퀴처럼 오늘도 매트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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