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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Jul 04. 2023

열정과 무리 사이

가능한 만큼만 하세요

 요가 선생님들에게 많이 듣는 말, 그리고 나 또한 수업 시간에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가능한 만큼만 하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오늘 내 몸이 받아들이는 만큼만 하세요” 

힐링요가가 목적이라면 정말 편안한 요가를 이어가며 너무 애쓰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에 머무르며 호흡과 심신의 안정에 집중한다. 하타요가나 지도자 수업을 들을 때는 최대한 애를 쓰라고 한다. 죽을 것 같아도 더 버티라고, 조금 더 가라고. 어느 날은 허벅지 근육 신경들이 놀랐는지 허벅지 안 쪽이 터져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하지만 죽을 것 같고 그 한계를 뛰어 넘었을 때의 성취감은 중독성이 있다. 많은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는 분들이 수련을 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한다. 마치 국가대표선수들이 극심한 훈련으로 부상을 당하면서도 몸을 만들어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말이 위안이 될 때도 있다. 내가 옆 사람보다 못하는 것 같을 때, 오늘은 조금 쉬고 싶고 애쓰고 싶지 않을 때는 그 말을 방패 삼아 의존하곤 한다. 합리화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되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뭔가 찢어질 것 같지만 버틴다. 상체가 떨어질 듯 하지만 점점 무거워져 내려가는 팔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도 한 걸음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것. 나의 삶에 대한 열정이다. 그렇게 한 번 한계를 뛰어넘은 몸은 그 상태를 기억한다. 다음엔 조금 더 수월해진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손흥민 선수는 쉬운 것은 내려가는 길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그냥 편안히 얻고 싶어 하지만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힘을 덜 들여 돈을 얻고 싶어 하고, 쉽게 다이어트하고 성공하는 빠른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삶을 바꾸는 데에는 사실 큰 방법이 필요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느냐가 아닐까. 외국어를 잘하는 방법 또한 질문의 답을 알고 있지만 간편하고 획기적인 방법이 없는지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렇다 보면 당장의 쾌락을 위해 쉬운 유혹들에 빠진다. 건강하게 도파민을 분출하는 방법이 아닌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마약, 도박 등과 같이. 그럼 우리는 영영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회사를 다니면서 요가강사를 하고, 글을 쓰며 N잡러로 사는 나의 일상을 보고 누군가는 치열해 보인다고 한다. “되게 열심히 사네, 뭐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자신이 열정이 별로 없음에 대해 남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었을까? 아등바등 애쓰며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 찾아가는 것 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지만, 어쩌면 다른 것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계속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하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자주 고통을 수반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거면 된다. 당장 결과를 보려고 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묵묵히 이어가는 것이다.

   

 매트 위에서 내 몸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움직여 본다. (옆 사람을 바라보며 왜 잘 안 되지? 라며 비교하고 나는 왜 안되는지 비판하지 않는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매트 안의 세상에서 각자의 속도로 요가를 한다. 호흡이 잘 되지 않거나 상처를 입을 때까지 너무 애쓰지 않고 내 몸이 준비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 준다.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더라도 호흡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동작이 깊어짐을 느낀다.  


  삶의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완벽하려고 부단히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때가 되면 그 결과는 나타나기 마련이기에


 오늘 이 동작이 잘 안 돼도 괜찮다. 내 몸의 한계를 경험하며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이미 변화와 성장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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