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너고 싶어 자주 걸었습니다.
걸어왔던 길과 걸어보지 못한 길 사이에서
흐르는 것들이 닿는 곳을 생각했습니다.
한 줄 문장을 세울만한 곳을 찾아
신생의 설렘도 뒤로하고 마냥 걸어보지만
미약한 안력으로는 신묘한 그곳을 쉽게 찾지 못했습니다.
겨울의 자세를 오래 유지하였습니다.
내게 없는 것들을 쳐다보느라
휘어진 목으로 오는 통증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리본 몇 개 알록달록 코사지로 행간을 장식하며
알았습니다.
한 줄 굳건한 문장이 설 수 있는 곳은
당신 뼛속 깊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
말더듬이의 입에서 맴돌던 외마디 어떤 이름이
밀린 숨을 몰고 물큰, 살아납니다.
-김휼 첫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