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김휼
흰말을 끌고 밤길을 다녔다
묘연한 행방을 묻는 사람들로 우물터는 늘 붐볐다
밤이면 마을 바깥을 떠돌아다니는 그를 두고 누구는 둥근 형상을 가졌다 하고 누구는 무성한 갈기를 가졌다 하고 바람에 한껏 몸을 부풀렸다가 일순간 사라져 버리는 뒤태를 본 이들은 그가 축지법을 쓴다고 했다 그가 왔다간 곳마다 거뭇거뭇한 생채기가 흔적으로 남았다
달이 지는 그믐
월궁에서 무언가를 은밀히 찧고 있다는 토기의 무성한 염문도 꺾이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먼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던 밤, 벌거숭이가 된 침묵의 고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 발 빠른 말〔言〕을 빌어 천리를 내달렸으나 한 번도 진실을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거시기가 둥글든지 납작하든지
익명의 숲으로 뜬구름은 몰려왔다 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