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생각 Sep 20. 2023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 김휼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김휼


허락 없이 내 안에서 지는 것들 앞에

두 눈을 감는 것 외엔 달리 무얼 할 수 없었던

나 때는 말이지,

한잔의 구름은 상상 카페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목숨보다 질긴 청바지가 낭만의 상징이었던

나 때는 말이야,

두근대는 심장을 이리 가볍게 나눠 마실 줄 정말 몰랐어

  

당신의 그때와 나의 지금이 뒤섞인 라떼는,

뜨거움에 혓바닥을 데이고도 끌리는 라떼는 말이지

쓰디쓴 고독에 부드러운 낭만을 곁들인 블랙홀

그것은 내 부름에 대한 너의 몸짓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들으면 들을수록 괜스레 가슴 시린 말

라, 떼, 는. 라떼는 말이야,

살아온 거리와 살아갈 거리의 간극이 만들어 낸

환절기의 꿈같은 한때의 이 시간은

열두 색의 옷을 입고 째깍이며 달려가는 봄밤의 이니스프리

그곳에서 회전하는 문

  

부푼 불안을 조절하는 밀보릿빛 조명 아래

접힌 시간의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이

어제의 화사와 오늘의 이해를 음미하는,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이전 07화 달과 흰개미와 우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