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숲으로 새들은 날고
불면의 숲으로 새들은 날고 / 김휼
불면의 숲으로 새들은 날고
불면의 숲으로 새들은 날고
김휼
그늘 짙은 수종들로 이루어진 숲이 있다
이 숲은 닫힌 생각을 향해 열려있어서
밤이면 발끝을 세운 도둑이 잦다
헐거워진 마음이 자꾸 흘러다니던 날
그 요망한 실루엣은 어둠과 함께 내게 섞어 들어와
기도가 사라진 자리에 가라지를 뿌리고 달아난다
잡념은 쓸데없는 시간을 죽이는 해맑은 몰두
여기서 얼마나 많은 오두막을 짓고
얼마나 많은 파랑새를 날려보냈던가
스스로 자라 힘이 센 근심은 쇠하여질 기미 없는데
잠의 씨앗을 물고 새들은 날아오르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만 가지 풍경을 가지에 달고 자라나는 근심들
내 속의 타인이 멸할 때까지 반짝임은 끝임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