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의 시간
김휼
계절을 앓는 꽃들은 소금기 가득한 시간을 머금고 있다
빈 가슴에 가두고 졸여야 했던 것들
썰물을 따라잡지 못해 조바심치던 날들이 지나갔다
뒤척일 때마다 찰랑이는 들물에 하루하루 젊음처럼 위태로웠다
흐린 날이 많아서였을까 몇 방울 흩뿌리는 소나기에도 녹아내리던 아버지의 허술한 결정지엔 며칠째 아무런 낌새가 없다
마른 시간의 뼈마디에서만 하얗게 만개하는, 꽃
여름 동안, 쇠잔한 어깨로 읽어가던 바닥경전을 지니고 있었으니 발끝을 세우던 염부의 기도는 경계를 지우는 흰빛의 아득함이 아니었다
더는 어떤 물기도 흘러나오지 않을 것 같은 검붉은 얼굴에 하얀 기다림이 서린다
제 몸의 물을 다 쏟아내고서야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아버지
마지막 순간에 남긴 빛의 눈물 같은 순백의 결정체 앞에
나의 각오는 결정되었다
마른 뼈들이 맞추어지듯 설산이 일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