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되는 그늘
김휼
떫고 단단한 불화를 그늘에 들여놓네
말랑말랑 분이 생겨 단맛을 더할 무렵
그늘을 즐겨 먹던 어머니는 그늘이 되었네
말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숨 같은 그늘로
한없이 어루만져주고 싶은
보드라운 것들이 몸을 맡겼네
다툼 없이 이룩해 놓은 살가운 영역으로
정처가 없는 구름도 제 몸을 부려왔네
그런 날은 괴이한 슬픔이 안쪽으로 고였네
잎이 넓어질수록 깊어지는 그늘에
어머니는 젖어 있던 웃음을 내어 말렸네
젖무덤 같기도 하였던 당신의 그늘
눈을 뜨니 그늘 밖에 내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