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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Sep 22. 2023

발효되는 그늘

발효되는 그늘

발효되는 그늘


김휼


떫고 단단한 불화를 그늘에 들여놓네

말랑말랑 분이 생겨 단맛을 더할 무렵

그늘을 즐겨 먹던 어머니는 그늘이 되었네

말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숨 같은 그늘로

한없이 어루만져주고 싶은

보드라운 것들이 몸을 맡겼네

다툼 없이 이룩해 놓은 살가운 영역으로

정처가 없는 구름도 제 몸을 부려왔네

그런 날은 괴이한 슬픔이 안쪽으로 고였네

잎이 넓어질수록 깊어지는 그늘에

어머니는 젖어 있던 웃음을 내어 말렸네

젖무덤 같기도 하였던 당신의 그늘

눈을 뜨니 그늘 밖에 내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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