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생각 Sep 24. 2023

소금꽃의 시간

소금꽃의 시간

소금꽃의 시간


김휼


계절을 앓는 꽃들은 소금기 가득한 시간을 머금고 있다


빈 가슴에 가두고 졸여야 했던 것들


썰물을 따라잡지 못해 조바심치던 날들이 지나갔다


뒤척일 때마다 찰랑이는 들물에 하루하루 젊음처럼 위태로웠다


흐린 날이 많아서였을까 몇 방울 흩뿌리는 소나기에도 녹아내리던 아버지의 허술한 결정지엔 며칠째 아무런 낌새가 없다


마른 시간의 뼈마디에서만 하얗게 만개하는, 꽃


여름 동안, 쇠잔한 어깨로 읽어가던 바닥경전을 지니고 있었으니 발끝을 세우던 염부의 기도는 경계를 지우는 흰빛의 아득함이 아니었다


더는 어떤 물기도 흘러나오지 않을 것 같은 검붉은 얼굴에 하얀 기다림이 서린다


제 몸의 물을 다 쏟아내고서야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아버지


마지막 순간에 남긴 빛의 눈물 같은 순백의 결정체 앞에


나의 각오는 결정되었다


마른 뼈들이 맞추어지듯 설산이 일어서고 있다

이전 10화 발효되는 그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