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영 Oct 30. 2022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두 잔

로스앤젤레스 1

  무더운 여름날, 사람이 북적거리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그와 재회했다. 항상 친구들 3-4명이랑 같이 만나기만 하다가 약속을 잡고 단둘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역출구를 나와 걸어가면서 어떻게 인사하면 어색하지 않을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연습했지만, 정작 마주하니 어버버 거리는 나를 그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뭘 먹으러 갈까 물으며 이것저것 메뉴를 추천해 보였다. 먹자골목으로 들어가 오르막길 따라 있는 식당들 중에서 우리는 멕시칸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작업은 잘 돼가냐며 sns를 통해 접했던 내 근황에 대한 얘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내 근황에 이어 그의 근황 소식도 나누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카페를 갔다. 술 한 잔으로 분위기를 더 편하게 만들으러 가길 바랬는데,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사람한테 술을 마시고 싶다고 제안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이라면 더욱더.


  내가 아는 카페로 갔다. 오랜만에 간 카페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있었고 예전보다 사람도 많았다. 다행히 구석자리가 비어 있어서 대화하는데 시끄럽진 않았다. 나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그도 날 따라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대화가 안 끊기게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나지만 이런 경우에는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나 너무나도 걱정이었는데, 그런 걱정을 한순간에 다 잊게끔 나는 처음으로 그의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그의 또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내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고교 학창시절 부터해서 대학교 입학을 전 후로 했을 때 변한 성격,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 등 본격적인 자기소개와도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심지어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신념까지도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봐 왔던 그의 모습은 겉보기라고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시간에는 오로지 내면의 모습들을 직접 일러주었다. 자기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을 했던 건지,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바꾸고 싶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스스럼없이 자기 자신을 내비치었다. 그의 얕은 얘기부터 내가 판단하기엔 진지하고 비밀스러운 얘기도 그는 꺼내놓았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만 있자니 불편해졌고 나도 큰 얘기 하나 내놓아야만 할 것 같았다. 난 내가 마음속에 담고 있던 작지만 무거운 꿈 하나를 내놓았다. 그것은 곧 내 다짐이 되었다. 내가 품고만 있던 작은 꿈을 이룸으로써 내가 그를 멋있게 생각하는 만큼 나도 그에 맞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난 글을 쓸 거예요.”

이전 17화 에디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