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2
낮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사촌오빠가 교회에 우리를 데리러 왔다. 분명히 일주일 전에 봤던 오빠인데, 그새 아저씨 같아 보이는 건 유부남이라는 사실로 인한 기분 탓일까. 결혼식을 마치고 새언니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고 오빠는 남은 휴가 이틀을 우리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LA를 여러 번 왔지만 어렸을 때 오거나 캠프로 왔었기 때문에 제대로 둘러보거나 관광명소를 많이 가보질 못했다. 동부 쪽과는 달리 지역이 넓은 이 도시는 차가 없으면 이동하는 게 불편한 게, 마치 어디 시골이나 도시 외곽으로 놀러 온 느낌이랑 비슷했다고나 할까. 어렸을 때는 이모랑 동갑내기 사촌이 사는 곳이라고만 인지하며, 남들처럼 특별한 환상이 있던 곳도 아니다. 이모집에 놀러 오게 되면 어린 동생들을 따돌리고 방에서 사촌이랑 그 당시 유행하는 가요들을 듣고 좋아하는 가수 아니면 비밀 얘기 나누며 노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는 어디 미술관을 가고, 명소를 찾아가고, 그런 거에 관심이 없는 나이였기 때문에 디즈니랜드 가는 게 제일 좋았고 저녁에 외식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때는 그게 최고였다.
그래서 사실 LA는 아마 6번째 방문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 본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여행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나마 21살 때 미국으로 캠프를 다녀와서 그때 그랜드 캐년이나 요세미티 공원 같은 명소를 가보긴 했지만, LA 다운타운 쪽이나 유명 미술관, 심지어 할리우드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책을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잔뜩 표시해서 왔고 그곳들을 오빠에게 다 읊어줬다. 동선은 오빠가 누구보다 더 잘 짤 테니 그 표시한 곳을 오빠와 함께 하는 동안 최대한 많이 가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만나서 일단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치폴레로 가서 멕시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게티 센터를 갔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차가 있을 때 가야 하거니와 내일 우리의 일정은 이미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가기 싫어하고 따분해하는 오빠랑 같이 가야 했다.
주말이다 보니 게티센터 갈 때 길도 막혔지만, 돌아올 때는 두배로 더 막혔다. 다운타운 들려서 구경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다운타운은 내일 가보기로 하고, 오빠는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그린피스 공원이 있으니 거기를 들렸다 늦은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가본 적 없는 그린피스 공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LA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는 거,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많이 찾아가는 곳이라는 거 그뿐이었다. 그것도 이번에 여행책 보면서 알게 된 거였다. 굳이 갈 생각이 없는 곳이었는데, 그린피스 공원에 있는 천문대를 들어서서 제일 신난 건 나였다. 우주와 달과 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공간은 볼거리가 많았고 당연히 흥미로웠다. 천문대를 나와서 그린피스 공원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여행이 끝난 후에 더 진하게 기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