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4
대학생 때 처음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된 책을 함께 챙겼다. 김동영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그 책은 내가 처음으로 읽게 된 에세이였는데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읽다 보니 그냥 남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인 거지. 원래 남의 일기장 몰래 읽는 건 재밌을 수밖에 없지만 그거랑은 다른 차원의 재미였다. 몇 페이지에 한 번씩 ‘어, 맞아! 나도 이런 생각하는데!’라는 말이 나오게 계속 공감 불러일으켰고 책과 대화하는 수준이었다.
그 책을 시작으로 난 다양한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됐고 에세이의 매력에 깊게 빠졌다. 평범한 듯한 남의 일상을 담은 글에서 너무 평범하고 비슷한 그 생각과 고민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았고 위로를 받았다고 때로는 즐거웠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느끼며 위안을 받고 나에 대한 고민이 해소되기도 하는 거랑 매우 비슷했다. 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으로 깨달음을 얻고 힘을 얻기도 했다. 희열도 함께 느꼈다. 말이 너무 잘 통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느끼는 그 희열 말이다.
물론 글을 통해서만 이런 위로나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도 있을 것이고 음악도 있다. 직접적인 사람과의 대화 이외에 삶의 다양한 곳에서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에서 이런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나는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어떤 한 문장에서 때로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기도 했다. 감동을 받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의 한 장면에서, 식당에서 흘러나온 노래의 가사말에서도 느끼지만 여행 중에 우연히 읽게 된 어떤 게시판의 글에서, 지나가다 본 브랜드 홍보 문구에서, 티셔츠에 적힌 어느 문장에서. 삶의 다양한 곳에서 그런 문장들을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책을 읽다 발견하는 그 문장이 어떻게 보면 제일 값지다 느낀다. 아무 페이지나 폈을 때 그런 문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책 한 권을 읽어야 발견할 수 있는, 숨은 보물찾기 같은 거다. 몇 분짜리 노래보다, 몇 시간짜리 영화보다, 하루 걸려 읽는 책에서 찾기가 제일 만나기 힘든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