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1
일주일 중에서 제일 편하게 일어났다. 몇 시간 후에는 비행기에 있을, 엘에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서울에서 광주나 부산 갈 때처럼 여기며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려 했지만, 우리나라보다 땅 덩어리가 44배는 더 넓은 여기서는 그거와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비행으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게 됐다. 공항까지 데려다 주신 숙모께 일주일 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공항 입구에서 헤어졌다.
하와이에서 먼저 들어간 가족들 편에 슬리퍼며 한 여름옷들을, 그리고 엘에이에서는 얇은 셔츠들을 비롯해서 디즈니랜드에서 산 기념품들을 10킬로짜리 박스에 가득 채워서 보냈다. 그런데도 무슨 짐이 이렇게 많은 건지 한결 가볍게 캐리어를 끌고 가는 동생에 비해 나는 매우 힘겨워했다. 체크인하는 창구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동생의 짐부터 얹으니 46.2kg으로 안전하게 통과됐다. 그리고 너무나 긴장되는 내 차례가 왔다. 가방을 들어 올리니 0.1의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도 허용하지 않고 기가 막히게 50.0kg이 찍혔다. 왠지 뿌듯하면서도 어이없기도 하고, 여러 뜻으로 “기가 막힌다 정말.”라는 말이 나왔다. 놀라움과 안도의 웃음을 지으니 승무원도 “Wow, great.” 하며 같이 감탄하고 내 짐을 통과시켰다.
3년 전 유럽여행 당시, 저가항공으로 나라에서 나라를 옮겨 다녔었다. 출국할 때는 문제 됐던 적이 없는 내 짐 무게가 런던과 아일랜드에서는 엄격한 기준에 걸리며 여러 번 나를 애태웠었다. 이미 등에 매고 있는 백팩도 터지기 직전인데 캐리어에서 3kg를 줄여야했고 그들은 0.3kg도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공항에서 매번 진땀을 빼고 허리가 꺾일 듯한 무거운 백팩을 짊어지고 허겁지겁 비행기를 타면, 다음 여행부터는 짐을 무조건 가볍게 떠날 것이며 언젠가는 배낭 하나만 매고 떠나는 여행도 도전하리, 다짐했었지. 그랬었지, 하고 내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요령만 늘었을 뿐, 내 짐은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다 필요한 것들이라 여겨지고 대비책의 옷들이겠지만 또 정리하다 보면 거기서 불필요한 짐이 걸러질 텐데.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니까”의 설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짐들, 어떻게 보면 ‘불안’이 형상화되어 자리 잡고 있는 이 짐들. 난 그러한 짐들을 내려놓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에서 그러길, 짐의 무게는 곧 내 마음의 무게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힘겹게 붙들며 놓질 못하고 있는 걸까. 어떠한 불안을 내려놓질 못하고 짊어지고 다니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