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2
내가 갖고 있는 샌프란스시코의 첫인상은 7살쯤의 기억이다. 그 당시 외삼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거주하고 있었다. 삼촌이 있으니 우리 가족은 삼촌도 만날 겸 샌프란시스코로 여행 오곤 했었는데 키 185의 삼촌의 머리는 어깨까지 와서 엄마보다도 머리가 길었고 연한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우리를 반기던 모습이 기억난다. 방학 때마다 샌프란시스코나 서울에서 삼촌을 만나게 됐는데, 긴 갈색머리였다가 그다음 해에는 노랑머리, 그다음 해에는 머리띠를 하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때 삼촌의 모습은 매우 개성 넘쳤다. ‘히피’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고 곧바로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삼촌이었다.
그런 어렸을 때 삼촌의 기억은 샌프란시스코의 첫인상으로 녹아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나에게 젊고 특이하고 활기찬 에너지의 도시로 인식됐다. 어렸을 때의 그런 어렴풋한 기억만 갖고 있다가 2010년에 샌프란시스코를 다시 방문하게 됐다. 여행 중에 샌프란시스코를 지나가는 일정으로, 4시간 정도만 머무르다 가는 스케줄이었다. 그때 가이드 아저씨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기를, 젊음과 자유와 안개의 도시라고 했다. 그곳의 젊음과 자유를 느끼기에 4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난 삼촌을 떠올리면서 끄덕였었지. 그 어린 나이에도 지금도 삼촌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젊고 자유분방한 멋있는 사람이니까. 삼촌은 본인과 제일 잘 어울리는 도시를 골맀었다.
그런 도시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니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하와이에서 엘에이 도착했을 때만큼, 샌프란시스코는 그만큼 더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날씨로 우리를 맞이했다. 저녁 시간에 도착한 공항은 들어오는 사람보다는 나가는 사람들로 점점 한산해지고 있었다. 우리도 재빨리 공항과 연결된 전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다운타운에 숙소가 있으면 교통이 편리한 게 장점이지만 사람들이 항상 북적거리고 시끄러운 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짧게 여행하는 입장에서 나는 오히려 그게 장점으로 다가와 일부로 그쪽으로 숙소를 잡았다. 저녁에 구경 나와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니 덜 위험하게 느껴졌다. 다운타운역에서 내려 동생이랑 각자 큰 캐리어 한 개씩 끌고 계단을 올라 역을 빠져나오니, 숙소까지 두 블록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모두 오르막길이었다. 맞다, 샌프란시스코는 수많은 큰 언덕으로 이루어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루어진 도시였지 참.
젊음, 자유, 안개, 그리고 오르막 내리막길의 도시. 웰컴 투 샌프란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