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4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낸 숙소는 4인실 도미토리였다. 3일째 됐을 때 덴마크에서 온 친구 두 명이 우리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 우리가 나갈 준비하던 중에 체크인 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름을 소개하고 다른 어떤 지역을 거쳐서 샌프란시스코로 온 건지 행선지들을 공유하다가 그 둘은 3개월의 장기 여행 중 이제 10일째인, 여행의 시작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친구는 하던 공부를 끝내고 왔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떠나오기 전까지 웨이트리스 일로 돈을 모아서 왔고 여행이 끝난 후 돌아가면 음악공부를 시작할 거라고 했다. 서로 지나온 곳들과 앞으로 계획한 곳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리는 점차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하고 싶은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같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애정이 뒷받침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 그 자체로 상대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며 간혹 나 자신도 잊고 있던 걸 깨닫게 한다.
연말이면 생기는 자리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고 기대하는 모임이 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꾸준히 궁금해하고, 뚜렷하게 아는 경우에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는 친구들, 서로의 목표가 겹치지 않지만 그 어느 누구도 서로 판단하지 않는 친구들, 그래서 그것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으며 서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여행 오기 전에 모였던 그날,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모인 그 자리에서 유독 그날 따라 우리의 꿈과 현재 그 꿈은 안녕한지에 대해 깊게 얘기를 나눴었다. 친구 한 명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이 아니니 어리숙할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해서 보여줘야 할 때. 그러자 또 다른 친구는 지금 보여주는 건 둘째고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루고자 하는 게 뭔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 어떠한 길로 갈지 스스로 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길을 같이 탐구하는 우리의 이 시간을 나는 참 많이 아낀다.
이상적인 꿈과 현실적인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어느 영화에서 그런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거든. 자신이 잊은 일을 상기시키니까.”
우연하게 접하게 된 어떤 영상에서 20대 청춘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을 했다. 그 청춘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직 꿈이 없다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못 찾았다고. 그러면서 꿈을 찾아내기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거 같다며 여유로운 웃음까지 덧붙였다. 어쩌면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거라고 확신하는 게 다른 꿈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과정 안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는 계속 탐구하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거다. 후에 그 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그 친구들을 빼고 그 과정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런 친구들이 그만큼 소중한 거다.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던 덴마크 친구들은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우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고,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을 이틀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