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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Feb 16. 2022

골목길에 낭만이 있네

카페 석수동 279-21


요즘 카페는 이런 이름을 갖는다.

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골목에 주택을 개조한 카페들이 많이 생겼으면 했다.

성수동 카페거리나 서울숲 골목길,

수원 행궁동 카페길, 경주의 황리단길

그런 길들이 우리 동네에도 아기자기하게 생겼으면 했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골목길엔 낭만이 생기고 추억이 깃든다.

생각이 쌓이고 인연이 스친다.



j가 처음 발견하고 우리 동네에 이런 카페가 있다고 할 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가한 어느 날 운동 삼아 그곳으로 갔다.

걸어서 30분쯤 걸려 골목을 조금 해 맨 뒤에

멀리서 보이는 진회색 벽을 찾아냈다.

생각보다 좋았다.

커피를 품었던 자루가 벽에 그림처럼 걸려 있었다.

겨울방학이라는 문구가 붙은 대문 사이로

안을 한참 훔쳐보다가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2월, 방학이 끝나는 날만 기다렸다.

다시 찾은 카페는 골목길을 잘 기억하고 있었고

쉽게 찾았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설렘으로 안쪽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그려진 카페 지도
애완동물 동반 입장
마당이 있는 집


현관문까지 몇 발자국 되었다.

앞마당이 아담하다. 아늑하고 따뜻하다.

주문을 하고 나서 구경하기 바빴다.

이쪽은 거실이었겠군

이쪽은 아마도 큰방 작은방,

그리고 부엌.


분리된 공간, 넓은 책상과 서재 느낌 나는

책꽂이까지 글 쓰러 와도 부담이 없겠다.

한참을 둘러본 뒤에 거실처럼 꾸며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벽에는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젊은 사람이 카페 주인장이려니 상상했는데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부모님의 오래된 집을 카페로 개조해준 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러운 장소였다.


주인장은 방학 동안 쉬어서 손이 조금 떨린다고 했지만 라테아트는 나쁘지 않았다.

커피 맛은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시켰다.


커피와 직접 구운 마들렌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공간과 커피 맛이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커피와 이웃과의 소통이 있는

골목길 카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쓸쓸하거나, 너무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때론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언제든지 달려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다정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걸음을 친구 삼아 그곳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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