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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09. 2022

[연이와 버들 도령]

백희나 그림책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위로


   

백희나 그림책 / 책 읽는 곰





[구름빵], [달 셔벗],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이상한 엄마] 등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들은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정성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또 하나의 작품 [연이와 버들 도령]을 읽고 작가의 SNS에 소개된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먼저 인물을 스케치하고, 스케치를 보며 닥종이를 이용해 얼굴 모습과 표정 하나하나 디테일을 만져가며 등장인물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정성이 얼마나 가득한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작가는 특히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관찰한다고 한다.

연이의 주 무대인 부엌 세트 연출을 위해 곳곳을 찾아보며 가짜 세상이 아닌 진짜를 담아 보고자 했던 작가의 행보가 놀랍다.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긴 여정에서 두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낼 만큼의 큰 설렘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작가는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시각적으로도 예술적인 안목을 키워냈으면 좋겠다."

는 욕심으로 눈의 풍경이 담긴 산속을 직접 찾아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림책 [연이와 버들 도령]은 설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새롭게 꾸몄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통적인 재료인 닥종이를 사용해 만들어서 정감이 가고 이야기에 매료된다.

옛이야기에서 나쁘게만 등장하는 새엄마에 대한 편견을 빼고, ‘나이 든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정성스러움은 인형뿐 아니라 소품, 배경의 디테일에도 담겨 있다.


나이 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을 많이 시켰다. 한 겨울의 어느 날 상추를 구해오라고 한다. 언제나 묵묵히 나이 든 여인이 시키는 일을 했던 연이는 그날도 상추를 구하기 위해 눈밭을 헤맸다. 추위를 피해 나무 밑 작은 굴로 들어갔다가 환상적인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버들 도령은 연이를 위한 밥상을 차려주고 ‘편히 드세요.’라고 말한다. 연이를 다정하게 대해주고 가지고 갈 상추도 마련해 준다.

그리고 정말 위급할 때 쓰라며 살살이, 피살이, 숨살이라는 이름의 꽃을 꺾어 주었다.

다음번에는 힘들게 돌문을 열지 말라며 주문을 가르쳐 준다.

한겨울에 어디선가 상추를 구해 온 연이를 보고 깜짝 놀란 나이 든 여인은 연이에게 또 심부름을 시키고 뒤를 밟아 연이와 버들 도령이 만나는 것을 보게 된다. 동굴로 들어가는 암호를 몰래 듣고 동굴 속에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동굴 안을 보고 놀랄 새도 없이 모두 불태워 버렸다.     


연이가 버들 도령으로부터 받은 밥상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고봉으로 가득 담은 밥을 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매일 힘들게 집안일을 했을 연이에게 누군가 밥상을 차려 주었다는 것이 따뜻하게 와닿는다. 외식을 할 때면 흔하게 서로 주고받던 말, ‘남이 차려주는 밥은 다 맛있어!’가 생각난다.





[연이와 버들 도령]은 그림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인 사랑과 위로, 그리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정성이 가득 담긴 그림책을 접할 때 말로 가르쳐 줄 수 없는 가치를 배우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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