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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31. 2022

노엘의 다이어리

책리뷰


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펴낸 곳  씨큐브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노엘의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신미영작가님'의 리뷰를 보고 특별한 끌어당김이 있어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 보게 되었다.  소설이 감동적이고 따뜻해서 영화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먼저 주인공이 작가라는 것이 좋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눈길, 눈 덮인 숲 속의 오두막, 크리스마스 전야제, 레이철의 아름다운 노래 선율, 노엘의 일기장 안에 든 따뜻한 사랑이 크리스마스를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라마에 보면 흔히 나오지 않나? 어려서 헤어진, 또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 이야기. 실제로도 입양아가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찾아 한국에 오는 경우도 있다. 는 사실 부모와의 관계가 돈독하다고는 할 수 없어서 그런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려서 헤어졌으면 기억도 안 나고 애정도 없는데 왜 그렇게 어렵게 찾아 나서는 것일까 생각했다.



제이콥은 성공한 작가이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진정한 연애도 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한 거다. 오랫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던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외면하고 지냈던 고향으로 가게 다. 그곳에서 엄마를 찾고 있다는 레이철을 만난다. 레이첼은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일한 곳이 제이콥의 집이었다는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찾아왔다가 제이콥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제이콥과 함께 물건이 가득 쌓인 집안을 정리하다가 레이첼은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 엄마의 일기장이었다. 엄마의 이름은 노엘이었다.

노엘은 환영받지 못한 아이를 임신하고 제이콥의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다. 그러면서 두려운 마음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들을 담아 매일 일기를 썼다. 일기장에는 내내 함께 지내는 제이콥의 가족들을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제이콥을 많이 아꼈고 제이콥도 노엘을 잘 따랐다. 그리고 배 속에 아기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남긴다.  

어느 날 제이콥의 가정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그렇게 행복한 가정이 깨어지게 된다. 레이첼은 엄마의 일기를 잃다가 그만 울먹인다. 레이첼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제이콥의 아버지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이콥은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레이첼이 동행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제이콥은 망설인다. 이런 제이콥을 다독여 함께 아버지에게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난 입양아로서 늘 헛헛함을 채우려 하거든요. 항상 안정과 신뢰를 원해요. 그래서 진짜 생모를 찾으려는 거예요. 내 인생의 큰 불확실성을 해결한다면 자유로워지겠죠."


이 대사에서 처음에 가졌던 의문을 해소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이었구나. 얼굴도 모르는 생모를 찾아 나선다는 것, 원망과 아픔만 가득한 과거를 직면하고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오두막으로 가는 제이콥의 마음도. 아버지를 굳이 만날 필요가 없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레이첼과 함께 긴 여정을 떠나는 모습은 아마도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과거와의 화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동행이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영화 [노엘의 다이어리]


두려움과 거부감을 밀어내며

"우주는 용감한 자에게 상을 주잖아요."

라고 말하며 제이콥과 레이첼의 여행은 시작된다.


다정하고 아름답고 평범했던 제이콥의 가정에서 함께 지냈던 노엘의 일기 속 이야기를 나누며 낯설었던 레이첼과 제이콥은 점점 가까워진다. 어쩌면 서로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었는지도 모를 두 사람의 긴 여행, 그 끝에서 그들은 과연 과거와 화해하고 세상과 화해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따뜻하게 해 줄 영화와 책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영화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긴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난 평생 엄마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를 찾아가 이유를 묻고 싶었죠. 하지만 일기를 읽고 나니 날 정말 사랑했단 걸 알겠어요. 진짜 중요한 건 그게 다였어요. 인생을 바꿀 이런 여정에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소설 속 좋은 문장들



p20

나에 대해 그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건 정말이지 무척이나 생소하고 드문 경험이었다.


p92

귀에 익은 곡조가 시작되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크리스마스 음악에는 항상 마음을 치유하는 뭔가가 있었다.



p185

우리는 항상 사랑을 위해 자신을 혹사하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건 원인과 결과죠. 그게 바로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예요. 그냥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우리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거예요. 문제는, 당신이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점에 있어요. 당신이 감당하기 벅찬 순간이 오게 될 거예요. 그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거나, 아니면 내 삶에서 벗어나라고 소리치고 싶은 지점에 도달할 겁니다.



p208

아기 이름을 지어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어. 나도 아이가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할 거라는 건 알아. 하지만 안젤리라고 부를래. 천사처럼. 그게 바로 그 아이야. 그리고 만약 그 애가 나처럼 크리스마스에 태어난다면 크리스마스 천사가 될 거야. <노엘의 일기 중>



p224

불과 한 시간도 안돼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내 시각이 바뀌었다. 내가 그의 실패를 탓할 수는 있다. 우리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과거와 화해하고 싶은 사람들이란 말이다.



p294

어쩌면 신은 사소한 것들 속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행복하든 그렇지 않든 관성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달리다가 무언가에 충돌하고 나서야 방향을 바꾼다. 때로 그 충돌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기도 하고, 때로는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운이 좋다면 사랑이 바로 그 불균형한 힘이 될 수도 있다. 사랑, 우주에 이보다 더 큰 힘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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