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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May 24. 2022

좋아하는 일을 하는 방법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으니 아이는 무척 신나 했다. 그동안 못했던 간식 준비, 집에 오는 아이를 맞이하는 작은 일이 아이를 이렇게 기쁘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미안함이 앞섰다. 그러고 나니 나에게 많은 시간이 생겼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예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은 사람이었다. 하루가 모자랄 정도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영을 했고, 퇴근 후에는 일본어를 배웠다. 주말에는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봉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했으며, 먹고 싶다는 음식으로 상을 차렸다. 아이만 있고 나는 없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져 슬퍼졌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나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나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며 행복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읽다가 책장을 덮고 그 장면을 상상해 보던 소설책, 찰랑거리며 햇빛에 반짝이는 수영장,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고민 없이 시작했던 무모함, 관계에 대해 계산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행복하게 했던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생각나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악기 하나쯤은 배워보고 싶었는데 왜 여태 시작을 못했을까 후회하며 플루트를 불기 시작했다. 뭔가를 얻기 위해 억지로 읽는 자기 계발서가 아닌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 힘들지만 찰랑거리는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좋아하는 바람을 실컷 느낄 수 있도록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려놓았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뭘 해야 되는지 모른다면 내가 예전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했을 때 행복했었는지 떠올려 보면 다. 그리고 바로 시작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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