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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May 25. 2022

강아지 육아

약 1년 전 연한 갈색의 강아지 한 마리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아이가 원하기도 했고, 외동인 아들이 내가 출근하고 없는 동안 외롭지 않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강아지를 키우면서 우울증을 이겨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나도 강아지를 키우면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키우기로 마음먹고 나니 생각보다 빨리 강아지를 데려오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미처 공부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주 아기일 때에는 별로 고민이 없었다. 강아지의 모든 행동이 그냥 다 예뻤다. 강아지가 조금 자라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집 강아지들처럼 개인기를 훈련시켜보고 싶었다. 강아지 훈련 유튜브 영상을 찾다 보니 개인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영상들이 많았다. 관심이 생기니 즐겨보는 티브이 프로그램도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으로 바뀌었고, 개인기보다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많은 영상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같은 내용이었다.      



실수한 것을 혼내지 않는다, 필요한 행동은 간식을 주며 훈련시킨다, 산책을 자주 나간다, 안 되는 것은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한다, 심하게 물면 그 자리를 피한다.     


이렇게 영상을 보며 강아지를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가끔은 화가 나서 실수한 것을 혼내기도 했고, 일하며 아이를 키우느라 산책을 소홀히 하기도 했다. 그렇게 훈련을 시키던 중 아이와 나의 지난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려던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짜증 내는 아이, 엄마하고 손잡고 산책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던 아이, 안 되는 일을 하겠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던 나, 해야 하는 것만 강조하고 칭찬에는 인색했던 나.     


‘내 아이도 이렇게 키우면 어떨까?’     


11살이면 이제 다 키웠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더 자라야 했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며, 아직 어린아이였다.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와 비슷했다.     


강아지처럼 아이를 키워보기로 했다. 실수한 것을 혼내기보다는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잘했을 때는 좋아하는 간식을 주거나 원하는 일을 하게끔 했고, 늦은 저녁 손을 잡고 산책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는 화내기보다는 감정을 추슬러서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짜증이나 투정이 심할 때는 아이를 피해 다른 방으로 가서 내 감정도 다스려보았다.


물론 몇 번 한다고 해서 아이와 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열심히 하다가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해 보기로 했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 화를 냈어도 다음번엔 그렇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고,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를 바라기보다 내 감정을 먼저 다스려보기로 했다.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며, 아직 자라는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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