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우리들은 며칠 전부터 어린이날 준비를 했어요. 뭔가 아이들에게 환영받는 느낌, 즐겁고 밝은 등교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형광 불빛이 나는 분홍, 파랑, 노랑, 빨강 하트 머리띠도 사고 새콤달콤 뽀로로와 친구들 비타민도 준비했어요. 담임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니, 교무실과 행정실팀이 '특별한 아침 맞이'를 하기로 모의했지요.
우리 학교는 아침마다 양손으로 큰 하트를 그리며 "사랑합니다" 인사말로 아이들 아침맞이를 한답니다. (참고로 우리 학교 인사는 "사랑합니다"입니다.") 인사말 덕분인지 우리 학교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밝고 곳곳에서 "사랑합니다" 인사말을 수시로 들을 수 있어요. "사랑합니다" 인사하며 어떻게 찡그린 얼굴을 하겠어요. 인사말을 주고받는 그 순간, 내 마음속 걱정도, 우울한 그늘도 잠시 깜박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아, 상큼한 비타민 같은 어린이날 되길 바래요!!! 사랑해, 어린이날 축하해 인사말 건네는 모습
우리 학교는 소위 남들이 말하는 '좋은 학구'가 아니에요. 평수가 좁은 구축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아요. 사교육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지 학교 교육활동에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어라 하며 참여해요.
지난 해에는 학교에서 뮤지컬부 공연을 했는데, 교육청과 시청 지원금을 받아서 뮤지컬부를 운영했기에 교육청과 시청 관계자가 공연 당일 참석했지요. 늘 그렇듯 지원금을 주신 기관 관계자의 축하 인사말이 있잖아요. 교육청 국장님께서 마이크를 쥐고 앞에 섰는데, 아이들이 마치 연습이라도 한 듯,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사랑합니다" 하며 합창하듯 인사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보통의 학교에서 이런 모습은 볼 수 없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순수하고 귀엽던지요. 보통 의례적인 인사말을 위해 높은(?) 분이 앞에 서면 아이들은 무관심하잖아요. 덩달아 국장님도 '환하게' 웃으시며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짧게 축하와 격려의 인사말을 해 주셨지요.
하지만 또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제법 있습니다. 부모님이 생계에 여력이 없으니 방치되는 아이들이 있어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는데, 부모에 따라 아이들의 생활도 참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요.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제 각각 제 빛깔로 환영받으며 교육받는 그런 나라면 참 좋겠는데 현실은 멀기만 합니다.
저는 좋은 나라는 '약자를 생각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살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그런 나라, 그런 학교, 그런 어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칠지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