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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Jul 03. 2023

아이와 엄마 그림

카미유 피사로, <농촌 아낙과 아이>

카미유 피사로(1830~1903), <농촌 아낙과 아이>


웃음이 저절로 피어오르는 그림입니다. 일하다 지치거나 쉬고 싶을 때 이 그림을 보면 엄마를 올려다보는 아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미소 짓게 됩니다.


태양이 뜨거운 날입니다. 붓터치에서 햇빛의 쨍쨍함이 느껴집니다. 멀리 소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여름으로 접어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밭일을 미룰 수 없는 때입니다. 잡초들이 더 자라기 전에 얼른 뽑아주어야 농작물이 잘 자랄 테니까요.


나무의 그림자가 짧은 것을 보니 한낮인 듯합니다. 아이도 엄마도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수건을 둘렀습니다. 엄마의 볼도 아이의 볼도 발갛게 상기되었습니다. 엄마의 노동 시간도 아이의 기다림 시간도 제법 흘렀나 봅니다. 엄마가 밭일을 하는 동안 아이는 밭 가장자리 어느 모퉁이에서 흙장난도 하고 풀장난도 하며 시간을 보냈겠지요. 아이는 엄마의 노동을 '방해하지 않고 잘 기다려야지' 했을 거예요. 엄마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읽힙니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짐짓 미안한 듯한 몸짓입니다.


"엄마, 아직 멀었어요?"


아이를 내려다보는 엄마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습니다. 엄마는 혼자 놀아준 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금방 끝낼 수 있는데' 하며 바쁜 마음이 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아이의 진심이 담긴 표정과 몸짓을 읽은 엄마는 다음 순간 어떻게 할까요? 안아주면 좋겠네요. 꼬옥. 아이는 그 에너지로 더 기다릴 힘을 얻을 테니까요.


카미유 피사로(1830~1903)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에 특별히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카미유 피사로는 특히 농촌, 농가의 일상, 농촌 아낙과 농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서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가 인물이나 대상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음이 느껴집니다. '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인자한 성격을 지녔다'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인자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인물의 마음을 읽고 이처럼 화폭에 따뜻하고 정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겠지요.



카미유 피사로, 엄마를 뒤따라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운 그림, 출처 다음


해가 뉘엿 넘어가는 시간대로 보입니다.하늘, 나뭇잎, 지붕 위로 떨어진 해의 기운이 약해졌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엄마는 손수레 가득 양배추를 싣고 앞서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따박따박 뒤따르고 있네요. 엄마의 어깨가 축 처졌고 얼굴 표정도 지쳐보입니다. 걸음도 터벅터벅, 수레를 잡은 축 널어진 팔이 엄마의 지친 노동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엄마와 달리 아이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묻어 있습니다. 저 나뭇가지를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엄마의 일이 끝나길 기다렸을텐데, 아이는 엄마와 함께라서 좋은 시간이었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나도 그랬습니다. 저 멀리 엄마 모습만 보여도 안심이 되었고, 마음 놓고 기분좋게 놀 수 있었으니까요. 엄마란 그런 존재입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워요***(예비 초등 교장이 학부모님께 아침 편지를 보냅니다.)*
어른인 우리는 아이의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아이에게서 나의 아이 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언어를 읽을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의 일이 바쁘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을 하는 이유도 아이와 더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 위함입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아이가 엄마 아빠를 찾을 때 옆에 있어 주세요. 아이는 긴 시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잠깐의 시간이 날마다 필요한 거지요. 아이가 엄마 아빠를 원할 때, 그 마음을 읽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세요. 초등학교 시절까지 부모님의 사랑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아이는 더 독립적으로 주도적으로 자기 삶 사는 어른으로 성장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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