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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Dec 11. 2024

회사에서 손절해야 할 인간 유형

10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생활이지만, 부서를 몇 군데 옮겨 다니다 보니 조직에 정말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사내 수많은 직원 중, 존경하고 싶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직원 또한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매번 원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는 게 회사 생활이라지만, 그간 내가 회사 생활하며 만난 몇몇 유형의 사람들을 짚어가며 행여나 여러분이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손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첫째, '강약약강형' 인간. 강한 자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 없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십분 배려하여 나름의 생존의 법칙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강한 자에게 아첨하며, 약자에게는 한 없이 잔인하게 구는 유형의 사람을 나는 혐오한다. (이건 인간의 본능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사람은 내 학창 시절이나 군시절 그리고 회사까지 어디에서나 있어왔는데 그들의 방법은 언제나 동일하다. 상사 앞에서는 세상 아랫사람을 챙기는 듯 굴지만 뒤에서는 직원을 은근히 갈궈대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피해 안 보는 선에서 적당하게 맞춰주고 거리를 뒀다. 굳이 일부러 사내에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내가 겪었던 일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불상사가 다른 이에게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사내 약자들에게 더 극진한 대접(?)을 해주곤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최대한 섬세하게 반응하려고 하며, 언제나 그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갓 들어온 신입 직원에게 사무용 도장을 파서 선물로 주기도 하고 시보 해제(인턴 종료 기간 정도로 생각해 주면 되겠다.)를 앞둔 부서 막내에게는 키보드와 마우스 선물도 해주며 마음을 담은 작은 행동으로 그들에게 존중감을 표하기도 한다. 그깟 선물이 뭐 대수겠냐만 내가 시보였을 때 이런 작은 물질에 일말의 감동은 있었으니 그들도 아주 조금은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나 또한 적당한 선으로 윗사람의 비위를 당연히 맞춘다. 그게 회사 생활을 현명하게 하는 법은 또 맞긴 하니까.

그런데 이런 사람을 어떻게 구별하냐고?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 입바른 소리를 한번 해보길 바란다. 아마 그의 심기를 거스를 것이고 아마 개정색을 할 것이다.(백프로다.) 그다음엔 어떻게 하냐고? 오히려 뻔뻔할 정도로 더욱더 당당해져야 한다. 노비가 노비에게 굽실거릴 이유는 전혀 없다. (굳이 해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둘째,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람.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해대거나, 무시를 밥 먹듯이 해대는 오만방자함을 보이는 사람을 나는 과감히 손절해야 할 인간으로 꼽는다. 성인 기준에 굉장히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 이런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오로지 한 명만 몹시도 심하게 괴롭힌다는 것이다. 본인의 행동은 무조건 옳은 것이며, 이를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본인만의 징벌을 내린다.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이 되는 건 역시 아니다.) 이런 사람은 타깃을 주기적으로 변경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사람을 못 살게 굴까? 내 생각에는 이렇다. 스스로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자존심이 강하기에 대부분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 일 거라 추측해 본다. 회사 사장이라면 또 모르겠다. 노비가 노비에게 뭐라 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좀 한심하다고 해야 하나? 프로답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절로 든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런 배배 꼬인 행동을 해대는 걸까 진심으로 궁금해한 적도 있다.)

셋째,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일절 하지 않는 인간. 생각의 깊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을 정도의 한심한 인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내 경우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다. 업무가 미숙했던 신입 시절, 선배라는 이 하나가 내게 했던 말 하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니?” 처음부터 뭔가를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명문대생도 군대에 처음 입대하면 어리바리하긴 마찬가지다.)

업무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사실 나는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남들보다 익숙해짐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유형이다. (맞다. 머리가 나쁘다를 돌려 말했다.) 분명히 본인도 그러한 과정을 겪었음이 뻔히 보이는데, 어리바리한 신입에게 그런 무례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이에게 그 어떤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단순히 내 선배라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참고로 행정직 공무원은 선후배 관계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니다.)

내가 보는 눈과 타인이 바라보는 눈은 사실 거의 비슷하다. 인생 사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그 인간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여러분의 상상에 맡겨본다. 자기가 미꾸라지인 줄도 모르고 흙탕물을 흐리는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조직 내 아마도 많지는 않으리라 본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에게는 좋든 싫든 무엇이든 배울 점이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배운 건 후자였다. 내 기분이 아무리 나빠도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프로답게 일하는 공노비가 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뭘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누군가를 모함할 용기도 없다. 오히려 그 인간에게 욕 한 바가지를 듣고 난 이후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오히려 더 깊어진 듯싶다. 어떤 연유로 본인에게 그렇게 칭찬 일색이냐고? 욕 바가지 한번 얻어먹어보면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든다.

웃긴 이야기 하나가 있다. 몇 해가 지나 우연하게 그 인간과 협업을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이 자기 집을 마련했다고 은근슬쩍 자랑을 하더라. 그 당시 나는 다주택자에 비주거용 부동산 하나까지 더해 투자를 극대화하고 있을 시기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을 내게 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보였다. (뭐 자기 딴에는 성공했다(?) 정도로 생각하며 내게 말했겠다만.) 이래서 겸손이 중요한 덕목이라 하는 거 아닐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조직을 떠날 이유는 전혀 없다. 고쳐 쓰는 게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굳이 싸울 필요도 없고, 상대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눈 딱 감고 할 말은 하는 우리가 돼 보자. 그 사람은 회사의 사장이 아니다. 뒷일은 어떻게 하냐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잠글까? 내 경우 답 없으면 내 심신 건강을 위해 타 부서 이전 요청부터 하러 가겠지 싶다.

결국 회사는 내가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할 수도 있는 기회가 널린 곳이다. 이러한 비예측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본인만의 도끼날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대단한 업무 능력이던, 투자던 뭐든 간에 확실한 뒷배가 생기면 생각의 범위가 탄력적이며, 사고를 단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하나씩 아무도 모르게 능력을 쌓아가보자. 여러분은 위대한 사람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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