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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사람입니다

by 자향자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악성 민원에 대한 뉴스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그들의 행보를 깊게 재조명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정말 다채롭기에 상식적인 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사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은 과연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인 공무원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할까? 물론 대다수의 민원인은 생각만큼 합리적이며,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전에 공무원 스스로 민원인에게 충분한 안내와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함도 분명하다.)



공무원의 의원면직(퇴사) 사유는 낮은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긴 하나,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발적인 퇴사를 하는 젊은 공무원도 상당하다. 철밥통인 공무원을 왜 그만두냐고 하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주변에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2016년 공무원에 입직 나도 한 선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한 바 있다. (참고로 지금 그분은 이미 퇴사했다.) 민원 창구에서 본인이 요청해 발급받은 체납고지서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기껏 발급해 준 직원에게 욕바가지를 퍼부으며 난리를 쳐대던 그 사람. 고지서를 직원 면전에 던졌던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왜 그들은 공무원을 사람 취급하지도 않는 걸까? 그것도 힘 하나 없는 말단 공무원들에게 말이다. 동장 나오라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사실 동장도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쉽게 응하는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다. 시대의 화두가 된 인공지능 AI 시대가 찾아오며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반복되는 공장형 업무를 비롯해 은행, 심지어 전문직 또한 대체될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그럼 공무원이라는 직업도 사라질까? 일단 AI는 공무원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종일 머리 싸고 만드는 방침서도 질문만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문서 작성 부분에서는 사람은 절대 AI를 이길 수 없다. (많은 부분이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어느 실험 결과, Chat GPT가 미국 변호사, 회계사, 의사 시험까지 합격했다고 까지 한다. 그 능력은 어마어마할 정도다. 실제로 공무원 교육 과정에 Chat GPT를 활용하는 강좌도 많이 있고, 이를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도 점점 커지는 추세이다. (나 또한 이를 활용해 볼 심산이다.)



그럼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데는 어떠할까? 이 부분에 관해선 AI가 월등하게 낫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수많은 데이터로 감정을 학습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 본다. 대면업무가 대다수인 공무원 업무를 감안해서라도 말이다. 섣부른 AI 도입으로 오히려 감정 쓰레기통을 찾는 몇몇 민원인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일지도 모른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민원인의 목소리를 통해 어조와 감정을 파악해서 AI가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효율적인 대답을 이끌어낼 순 있겠으나, 민원인의 감정 100%를 읽어내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빠르게 도입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상황을 나는 과연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저히 모르겠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공무원은 AI가 아니고 그냥 사람이다. 공무원의 업무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질책 하자.(칭찬할 것은 칭찬하자.) 감정쓰레기통을 원하는 공무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는 지금의 시점. 공무원이나 민원인 모두에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실무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 처리 속도는 피치 못하게 더뎌질 것이 뻔하고 쌓여가는 업무에 번아웃 오는 공무원이 수두룩 빽빽 일지 모른다. 이전 같았으면 하루면 끝났을 요청 민원이 질질 끌려 강제로 인내심을 길러야만 하는 민원인들에게도 결국엔 손해다.



물론 개선될 여지도 있고 어쩌면 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이 중요한 변곡점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정답은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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