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회를 앞두고 15km 이상 뛰어봤는가. 어떤가. 생각보다 해볼 만한가? 아니면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가? 괜찮다. 부상 없이 여기까지 마쳤다면, 여러분은 이제 완주 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 바로 거울 앞에 서보자. 당당함이 넘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지난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시 챙겨야 할 준비물을 이전 편에서 안내한 바 있다. 이미 한번 경험한 바 있기에 여러분의 하프 마라톤 대회 준비는 한결 더 수월하게 진행된다.
대회 전날 밤이라 가정해 보겠다. 얼마 전에 배송된 우편물을 뜯어 배 번호, 기록 칩부터 확인하자. 참고로 내가 참여했던 대회는 배 번호 뒤에 기록 칩이 함께 붙어있어, 배 번호 하나만 셔츠에 고정하면 끝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신발에 착용하는 기록 칩도 있다.)
나머지 준비물은 전날 밤 미리 준비해 주도록 하자. 이날의 대회를 위해서 여러분은 두 달여간의 시간을 러닝에 쏟았던 것 아니겠는가.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배 번호가 고정된 셔츠를 중심으로 대회 날 착장할 바지, 양말은 대회 날 바로 입고 갈 수 있도록 한편에 두자. 나머지 헤어밴드, 러닝 밴드, 스포츠 고글 등은 미리 가방에 넣어두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스마트워치, 스마트폰은 완충해 두도록 하자. 하프 마라톤의 경우, 이전 10km 대회보다 두 배 이상의 거리를 뛰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에너지 젤 등은 보통 하나 챙기는 것도 좋겠다. 나는 별도로 준비하진 않았다.
지난 5월 24일 ‘제30회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었다. 이날 새벽의 기온은 어땠을까? 초여름을 앞두고 있음에도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지난번 대회와 같이 러닝 복 위에 가벼운 운동복 하나를 더 입고 가던 외투를 걸치던 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했었고.)
특히, 나와 같은 마른 체형이라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러닝복 위에 운동복 하나를 더 입어주는 것을 권한다. 반대로 열정이 넘쳐흐르는 이들은 그대들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겠다.
이후 대회 코스를 차분히 살펴보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기 하는 것보다 코스는 어떻게 되는지 반환점은 어디인지 등을 대략적으로 살펴놓으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두 사람이 있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거리를 대략 알고 있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유리할까.
잠자리에 누워 이제 오감을 동원해 머릿속으로 마지막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 어느 지점부터 속도를 낼 것인지, 급수는 언제쯤 하는 게 좋을지 등을 한 번은 그려보자는 이야기다. 그간 익혀온 여러분의 리듬과 속도감이 있을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이제껏 달려왔으니,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적극 활용하자.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센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운명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삶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대회 날이 코앞이다. 심장이 두근대지 않는가. 철저한 준비로 대회장에서 멋진 결과물을 기대해 보자.
다음 화에서는 하프 마라톤 정복을 앞둔 여러분에게 나의 실제 대회 참가 중 일어났던 이야기를 최대한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