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완주 후 당신에게 생길 일

by 자향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프 마라톤을 정복했다는 사실. 21.09775km를 쉼 없이 뛴 것이 스스로 믿어지는가. 설령 두 달 만에 정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여러분이 정한 기간 내에 달성했다면 이 또한 축하받아 마땅하다. 분명한 건 여러분이 하프 마라톤이라는 종목을 '완주했다'라는 것이다.



하프 마라톤은 완주했다는 건 대체 어떤 걸 의미할까. 여기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이 있다. 첫째, 먼저 완주는 자신감을 선사한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내 경우 밑도 끝도 없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에서 타 부서의 협조를 구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는 일에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붙었다. ‘하프 마라톤도 해냈는데 이까짓 것 못하겠어’라는 마인드가 장착됐다고나 할까. 별거 아닌 예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마다 자신감을 얻는 분야는 다르니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참고하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당신은 이전의 모습과 아마 180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부디 이뿐이겠는가. 여러분의 삶에 알게 모르게 분명 굉장한 파급력을 선사할 것이다.



둘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면 풀코스를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도 있지만, 저명한 대회의 경우 공식적으로 풀코스 또는 하프 마라톤 완주 기록을 요구하는 대회도 있다. 선별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익히 알고 있는 동아 마라톤 풀코스 대회의 참가 자격은 만 18세 이상으로 최근 2년 내 풀코스 또는 하프 코스를 뛴 공식 기록을 제출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어떤가. 특별한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는 소리다. 생각보다 설레는 일 아닌가. 신용카드 사 VIP 말고, 저명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기회는 선택된 자에게만 주어진다.



마지막 셋째, 하프 마라톤까지 뛰어낸 당신은 향후 지속해서 러닝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매일 뛰던 일주일에 한 번을 뛰던 달리기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의 러닝 숙련도는 꽤 깊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매주 한 번은 10km를 가뿐하게 뛰는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 러닝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러닝 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니 달리기를 꾸준히 안 할 이유는 없다. 아마 몸이 간지러울 지도 모른다. 러닝을 하며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이름 모를 러너에게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받아본 적 있는가. 그렇게나 기분이 좋다.



지난 5월 말 하프 마라톤을 정복하고 새로운 꿈이 생겼다. 맞다. 정말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다. 내가 감히 해낼 수 있을까. 글쎄.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42.195km를 뛴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은가.



이런 엄청난 꿈을 꿀 수 있게 된 건 모두 달리기를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만약, 3월 말의 어느 날 달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풀코스는 어불성설이거니와 하프 마라톤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시작은 초라하기 그지없으나, 끝을 창대하게 만다는 것은 그간 수없이 흘려온 땀과 노력 덕분이 아니었겠는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 노력 하나 없이 이루어온 일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있다면, 그 지속성은 얼마나 되었는가. 그리고 그 일에 참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는가.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배우는 일은 평생 당신의 몸과 정신이 기억하며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 단언한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당신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뛰던 더 크고 원대한 꿈을 품고 달려 나가자.



사람의 몸은 한계를 느낄지 모르지만, 마음은 분명 그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오롯이 당신만이 해낼 수 있다. 완주한 당신, 그 느낌 알지 않는가. 우린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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