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두 번째 아파트를 산 지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성수는 이제 주식하는 사람들이 매일 차트를 보듯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 후 습관적으로 부동산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첫 번째 아파트. 경기도 외곽 107동.
실거래가 3억 1천.
1억 9천에서 1억 2천이 올랐다.
두 번째 아파트.
경기도의 어느 신도시 101호.
실거래가 2억 3천.
1억 7천에서 6천이 올랐다.
합산 평가차익. 1억 8천.
성수는 그 숫자를 보면서 소파에 등을 기댔다. 사실 이건 팔아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었지만 화면에 찍힌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 성수는 괜스레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공무원 월급으로 1억 8천을 모으려면...' 이란 계산하다 말았다. 아무리 해도 족히 10년은 넘게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부동산 시장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뉴스에서 매일같이 집값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강남 아파트가, 재건축이, 정부 규제가 어쩌고 저쩌고. 성수는 뉴스를 보면서 이전엔 남의 얘기처럼 들렸던 것들이 성수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얘기처럼 들린다는 걸 알게 됐다. 관심이 생기면 주변에 보이는 게 달라지는 법이다.
출퇴근길, 이제 매일 지나치는 아파트 단지들도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저건 얼마일까?' 상가 건물 1층에 붙은 분양 임대 현수막, 공사 중인 건물 옆을 지날 때마다 읽게 되는 완공시점이 기록되어 있는 안내판. 예전엔 그저 그의 삶에 배경이었던 것들이었다.
퇴근 직후의 어느 날, 성수는 차를 빼려다가 옆 차 안에서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일부러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었고 그저 그의 차 창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 안의 그는 목소리가 꽤 컸다.
"거기 지금 계약 안 하면 늦어. 이미 호가가 올랐다고. 빠르게 움직여야지."
성수는 차에 타면서 이를 흘려들었다. 차 안에 앉아 다시 보니 그 새끼. 아니 7급 최병철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귀에 딱 붙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성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최병철이 턱으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성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빼면서 생각했다.
'최병철도 부동산 하나.'
다음 날 점심.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최병철과 마주 앉게 됐다. 유독 사람이 많은 날이었다. 최병철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제 주차장에서 봤죠. 성수 씨?"
"네."
"부동산 관심 많아요? 박주임?"
"조금요."
"어디 갖고 계세요?"
성수는 잠깐 멈칫했다. 굳이 능구렁이 같은 최병철에게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이유였다. 그래도 이 사람 앞에서 한 수 접히고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직장에선 늘 그래왔던 그였지만 적어도 이 사람 앞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 한 채요."
"아, 실거주요? 저는 어쩌다 보니까 세 채 보유 중이에요."
"세 채요?"
"네. 하나는 실거주고 둘은 투자용이에요. 요즘 규제가 심해지긴 했는데, 그전에 들어갔으니까. 뭐."
최병철 특유의 화법. 자랑인지 정보 공유인지 알 수 없는 말투. 역시나 재수는 없었다. 그래도 뭐 하나라도 얻어낼까 싶어 성수는 눈 딱 감고 물어본다.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유튜브도 보고, 카페도 보고. 그냥 발품 파는 거죠 뭐. 직접 다니다 보면 눈이 뜨이거든요."
성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남은 밥 한술을 마저 떴다.
'이 사람이 세 채나 갖고 있다고?'
직장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부동산에서 조차 최병철이 자신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성수는 꽤 불편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서 이복순을 만났다.
"박 씨,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네, 뭐. 오늘 그냥 그랬어요."
이복순이 성수의 표정을 빤히 들여다봤다.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좀 그러네?"
"아니에요."
"뭐. 있네."
성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이복순은 세상의 풍파가 많았던 것인지 이상하게 눈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최 팀장이 부동산 세 채나 갖고 있다더라고요."
"그래요?"
"네."
"부러워요?" 이복순이 걸레를 짜면서 말을 건넸다.
"좀요." 성수는 그 순간 솔직했다.
"박 씨는 몇 챈데요?"
"두 채요."
"그럼 한 끗 차이네."
"그렇긴 한데."
"그 한 채 차이가 그렇게 큰가요?"
성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복순이 걸레를 카트에 걸면서 말했다.
"내가 청소 20년 했어요. 이 건물 구석구석 닦으면서 누가 몇 채 가졌는지 우연히 건너들은 게 좀 있어요. 근데 그게 그 사람을 결정하진 않더라고." 성수는 그 말을 들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냥 하는 말이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최 씨 같은 사람." 이복순이 카트를 밀며 유유히 걸어갔다.
성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신경 쓰지 말라' 그녀의 말이 십분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도 사람인지라 신경이 안 쓰일 순 없었다.
그날 밤. 성수는 노트북을 열어 부동산 카페에 접속했다. 요즘 핫한 지역 게시글들을 주르륵 읽어 내려갔다. 댓글을 보며 사람들이 요즘 어디를 보고 있는지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지 읽기 위해 눈이 벌게 지도록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한 게시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제목 : 상가 투자, 지금이 기회인 이유.
클릭. 내용은 꽤 전문적이었다.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 상가, 오피스텔, 꼬마빌딩. 월세 수익으로 현금 흐름을 만드는 방식. 아파트처럼 시세차익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설명하고 있었다.
'월세. 매달 들어오는 돈. 공무원 월급 말고 매달 들어오는 돈. 그런 게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는 사이 시간은 벌써 자정이 넘어 있었다. 때마침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지영이 눈을 비비며 식탁으로 나왔다.
"또야?"
"응."
"이번엔 뭐 봐?"
"상가 투자."
"에? 아파트 말고?"
"아파트는 규제가 심해졌잖아. 상가는 규제가 덜하고, 그리고 월세라는 게 나오니까."
지영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수익률은 얼마나 될 거 같은데?"
"잘하면 연 5~6퍼센트."
"망하면?"
"공실 나면 0."
지영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공실이 문제네."
"응. 근데 입지 좋은 데는 공실이 잘 안 난대."
"입지 좋은 데는 비싸겠지. 뭐."
"그렇긴 해."
두 사람은 한참이나 화면을 같이 들여다봤다. 가만히 지켜보던 지영이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아."
"왜?"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아파트는 우리가 직접 살아봤으니까 감이 있는데, 상가는 다르잖아. 잘은 모르는데 세입자가 장사를 잘해야 하는 것도 맞고."
성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파트는 적어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공간 아니던가. 사람은 어디서든 살아야 하고. 하지만 상가는 다르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이어야 공실이 안 날 거고. 변수도 많을 것 같았다.
"그래, 일단 좀 더 공부해 보자."
"내일 생각해."
"응."
지영이 안방으로 들어갔다. 성수는 노트북을 닫지 않고 한참이나 더 들여다봤다. 상가. 오피스텔. 꼬마빌딩. 성수에겐 아직 낯선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두 달 전의 갭투자도 그에겐 낯선 단어 아니었던가? 임장, 전세가율 등 모두 그의 눈에 익히면 되는 일이었다. 성수는 메모장을 열고 공부할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 같은 시각 최병철의 서재. 최병철은 그 시간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형, 그 상가 매물 아직 있어요? 제가 한번 볼게요. 네, 이번 주 토요일에요."
통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또 뭐 보려고?"
"상가 하나."
"아파트도 있는데?"
"아파트는 규제가 강해졌잖아. 상가로 현금흐름 만들어야지."
아내가 한숨을 쉬었다. 최병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곤 핸드폰에 달력에 메모 하나를 했다.
'토요일. 상가 임장.'
성수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최병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병철은 항상 성수보다 한 발 빠르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그날 밤의 성수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수의 노트북 화면은 환히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