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그 당시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갈아 넣었지만 어떤 공허한 마음이 내 영혼을 좀 먹었다.
그만 두고 여행을 나올 때 나를 응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상관 없었다. 우습게도 당시 나에게는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느꼈으니까. 이대로는 죽을 수도 아니 죽는 것만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여행을 하면서 의미 없는 것 같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서 낯선 나를 만나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더 알아갔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나는 여전히 평생 가져본 적 없는 명품백 보다는 비행기 티켓을 사는 걸 가치있다고 여긴다. 타인이 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것 저것 남들 한다는 것, 괜히 마음이 끌리는 일들을 해보면서 여행을 하다가
다이빙에 빠졌고, 프리다이빙을 좋아하게 되었다.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경험들이 늘어갔다.
마음이, 찰나의 순간들이, 내 인생이 빛나는 것들로 가득가득 채워지는 벅찬 느낌들을 경험했다.
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없다고 믿었고, 인생을 쏟아붓기로 했다. 적어도 10년쯤, 이라고 생각하며 서른을 맞이했다.
2016년 8월 15일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왔고, 만으로 꽉 채워 7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할머니도 아빠도 나의 세상을 떠나갔고, 나는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초반에는 단기 숙박이 많았고, 후반에는 장기 숙박이 늘어갔다. 최근에는 갔던 도시로 다시 떠나 살아가는 일들이 많았지만, 한 곳에 몇 달을 머물더라도 한 집에 한 달 이상 머문 일은 거의 없다.
메뚜기 처럼 폴짝 폴짝 한 곳에 있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내가,
이제는 이 긴 여정을 마무리 지을 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새로운 곳에 가도 기쁨이 덜 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미래에 정착한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보는 일도 많아졌다.
멀지 않은 것 같다. 이 여행이 끝나는 날이.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때로 삶은 선택할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맞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 선택하고 다시 선택한다.
운명 처럼 주어진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수많은 작은 나의 선택들이 조금씩은 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나는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서 어디로 가고 싶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향해 있으며 괜찮아.
더 중요한 게 뭐야? 덜 중요한 걸 지워나가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움켜쥘 손이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