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직 그렇게 가실 때가 아닌데. 65세. 드시는 혈압 혈당 약도 하나 없고 운동을 포함한 모든 걸 아직도 젊은 나보다 다 훨씬 잘 하는 슈퍼맨인데.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고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주절주절 써놓으면 항상 내 글 찾아서 다 확인하는 아빠가 한 번씩 정신차려라 이런 댓글 남겨주고 그랬는데. 이제 나는 어떡하라고. 아빠 사실은 아빠가 이만큼 잘 키워줘서 나도 혼자서도 이제 다 할 수 있어. 그래도 그래도 아직 나는 아빠가 필요한데. 나랑 손 잡고 산책해줄 아빠가 필요해. 이제 나도 아빠한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늘어 갈텐데. 우리 아직 같이 하기로 한 것도 많은데 그렇게 떠나면 어떡해. 아빠 그렇게 멋지게 살았는데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억 잔뜩 놔두고 어떻게 그럴수가 그렇게 떠날 수가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아빠.
내 제일 친한 친구.
평생 나의 든든했던 울타리.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내게 주신 분.
지금의 단단해진 나를 있게 만들어준 마음 따뜻한 내 아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분신. 아빠 떠나는 길 내가 마지막까지 편안하도록 오래오래 빌어줄게. 아빠의 멋진 인생 구석구석 깊이깊이 추모할게.
오래오래 잊지않고 아빠를 내 가슴에 안을게.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나 아빠.. 그때까지 부끄럽지 않은 딸로 열심히 살게 사랑해 아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주 느닷 없이 집에 오시는 길, 집 근처 코너에 있는 신호등도 없는 작은 횡단보도에서 멈추지도 않고 달려오는 버스에 의한 교통사고로 병원 이송 중에 영면하셨다. 65세. 그 누구 보다 건강하셨고 그 흔한 복용 중인 약도 없는 100세는 끄떡 없으리라고 믿고 더 열심히 운동하시던 아버지. 그 날도 아침 9시부터 오후5시까지 하루종일 등산을 마치고 들어오던 길이셨다. 단 하루도 그냥 쉬지 않고 운동에 일에 술에 친구에 모든 하루를 꽉 채워 살던 내 아버지.
내가 일찍 들어오시라고 전화라도 한 통 할 걸, 목소리라도 한 번 들을 걸,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몇 일 만나지도 못하고. 가슴이 찢어지고 믿을 수 없는 아픔 속에서 무너지는 억장을 부여잡고,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던 아버지의 흔적들을 조금씩 마주하고 있다. 언젠가 삶에 치여 이 아픔도 무뎌지고 기억도 흐려지겠지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그 누구 보다 가장 큰 사랑을 주시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한 사람을 그냥 잊고 싶지가 않아서 기록하는 아버지의 삶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