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히피 Oct 27. 2024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빠는 아직 그렇게 가실 때가 아닌데. 65세. 드시는 혈압 혈당 약도 하나 없고 운동을 포함한 모든 걸 아직도 젊은 나보다 다 훨씬 잘 하는 슈퍼맨인데.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고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주절주절 써놓으면 항상 내 글 찾아서 다 확인하는 아빠가 한 번씩 정신차려라 이런 댓글 남겨주고 그랬는데. 이제 나는 어떡하라고. 아빠 사실은 아빠가 이만큼 잘 키워줘서 나도 혼자서도 이제 다 할 수 있어. 그래도 그래도 아직 나는 아빠가 필요한데. 나랑 손 잡고 산책해줄 아빠가 필요해. 이제 나도 아빠한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늘어 갈텐데. 우리 아직 같이 하기로 한 것도 많은데 그렇게 떠나면 어떡해. 아빠 그렇게 멋지게 살았는데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억 잔뜩 놔두고 어떻게 그럴수가 그렇게 떠날 수가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아빠.


내 제일 친한 친구.

평생 나의 든든했던 울타리.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내게 주신 분.

지금의 단단해진 나를 있게 만들어준 마음 따뜻한 내 아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분신. 아빠 떠나는 길 내가 마지막까지 편안하도록 오래오래 빌어줄게. 아빠의 멋진 인생 구석구석 깊이깊이 추모할게.

오래오래 잊지않고 아빠를 내 가슴에 안을게.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나 아빠.. 그때까지 부끄럽지 않은 딸로 열심히 살게 사랑해 아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주 느닷 없이 집에 오시는 길, 집 근처 코너에 있는 신호등도 없는 작은 횡단보도에서 멈추지도 않고 달려오는 버스에 의한 교통사고로 병원 이송 중에 영면하셨다. 65세. 그 누구 보다 건강하셨고 그 흔한 복용 중인 약도 없는 100세는 끄떡 없으리라고 믿고 더 열심히 운동하시던 아버지. 그 날도 아침 9시부터 오후5시까지 하루종일 등산을 마치고 들어오던 길이셨다. 단 하루도 그냥 쉬지 않고 운동에 일에 술에 친구에 모든 하루를 꽉 채워 살던 내 아버지.


내가 일찍 들어오시라고 전화라도 한 통 할 걸, 목소리라도 한 번 들을 걸,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몇 일 만나지도 못하고. 가슴이 찢어지고 믿을 수 없는 아픔 속에서 무너지는 억장을 부여잡고,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던 아버지의 흔적들을 조금씩 마주하고 있다. 언젠가 삶에 치여 이 아픔도 무뎌지고 기억도 흐려지겠지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그 누구 보다 가장 큰 사랑을 주시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한 사람을 그냥 잊고 싶지가 않아서 기록하는 아버지의 삶의 기록.



#추모록

이전 01화 들어가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