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일 동안은 보고싶지만 볼 수 없는 아빠 대신 나 보다 어린 함종학 씨를 만났다. 한 구절도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집중해서 꼼꼼히 어린 날의 외롭고 고단한 그와 마주했다. 젊은 청년이 참 비장하게도 살았다. 아니 평생 참 열심히 사셨다. 항상 죽어도 좋을 만큼 열중해서 사셨다. 일도 노는 것도 사랑도 삶도 모두.
10년간의 아빠의 일기는 꼭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
누가 보지 않는다해도 내가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이번주 금요일이 벌써 아빠가 떠난지 7주가 되는 날이다. 그나마 조금 있던 몇 가지 소일거리도 다 치워버리고 49재까지는 온전히 아버지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계속 아빠를 떠올리며 지낸다. 나는 참 이별 떠남 끝맺음을 꽤 잘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번엔 정말 도무지 쉽지가 않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아마도 이게 내 삶에서 가장 두꺼운 인연의 끈을 가진 사람과의 이별이겠지. 평생 잊지 못할 겨울이겠지.
허무한 마음. 사람이 사는 게 뭘까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또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 있나보다 란 생각도 든다. 각자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다 다르고 같은 사건에서 각자가 느끼는 슬픔이 다 다르고 또 이겨내고 각자의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구나 하는 뭐 그런 생각.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떤 길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걸어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