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부부를 위한 나라는 없다?

by 정설모

여느 아침처럼 나는 오늘도 비장한 마음으로 임신테스터기 앞에 선다.

‘날짜를 계산해봤을때 최상의 시나리오의 경우, 흐리게 한줄이 더 있겠군, 후후’

선명한 한 줄과 그 옆에 곧 나타나야 할, 흐린 한 줄이 있어야 할 그 공간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뭔가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마음만 먹었다 하면 바로 임신이 될 것만 같은 근자감’을 가리키는 한 단어는 없을까? 이 글에서는 일단 ‘바임감’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우리 부부중 최소 한명, 나는 그런 바임감을 가졌기에 이렇게 2년이 넘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십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0대까지는 꼭 아이를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고, 이후에도 그저 생기면 감사하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어서인지, 아뭏튼 결혼생활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둘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결심으로 바뀌었다.



사십대에 첫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는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 두렵다.

낮은 임신 성공률과 반비례로, 어렵게 임신에 성공이 되었다 하더라도 높은 유산율, 높은 기형아 출산율, 높은 임신중독증 등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자의 신체적, 심리적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나는 실제로 내가 임신기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출산후에 도 과연 이미 육아를 경험한 주변인들로 부터 전해들은 수많은 고난의 행군을 내 40대의 육신이 지탱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늘 무시무시한 육아경험담 끝에 했던 말처럼 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어느 순간 순간 아이가 너무 예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그런 너무나 때이른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부모가 되기에 자신 만만한 것도 아니기에‘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어린 아이가 학대당하다든가, 버려진채 발견되었다든가 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며칠을 가슴앓이를 했다.

이미 아이가 있는 지인이, 입양 어떻게 하는거냐 절차가 복잡하냐, 그냥 물어봤다, 가벼운 말한마디에도 날카로운 종이가 갈비뼈 안쪽을 스치고 지나가듯 아릿하다.




앞에서 이렇게 ‘사십대’를 여러 번 강조하게 된 것을, 나는 어제 있었던 일 탓으로 돌린다.

작년 여름부터 입양도 고려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독일로 해외 입양을 알아보다가 개정된 해외입양법과 양국간 입양단체의 미결연등 여러 이유로,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에 몇 년동안 들어가 살면서 국내입양처럼 진행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독일내 입양을 문의하기 위해, 한달전 쯤 지역의 입양담당부서에 상담요청 메일을 보냈고, 어제 첫 상담이 이뤄졌다.

남편과 나는 둘다 조금은 긴장한 채, 조그만 핸드폰 앞에 바싹 붙어 앉았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비디오미팅은 원하지 않았다). 푸근한 할머니같은 말투의 그녀는, 얼마나 여러 조건에서 안정된 가정인지, 아이를 사랑으로 잘 키울 수 있는 부모인지 여부 보다, 우리 부부는 그 전에 40대라는 나이로 필터링된다는 사실을 매우 솔직하게(듣기에 따라 거의 무례할수도 있을 정도로), 그리고 매우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장애를 가진 아이, 그리고 또는,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산모의 아이를 입양할 생각이 있는지 (그렇게 태어난 아기들 또한 중독상태인 경우가 많고, 오랜 후속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니라면 매우 오래, 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 50대에는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니, 어쨌든 결론은 하나일 수 밖에 없었다.

통화가 끝나고 우리는, 한동안 먹먹하니 말없이 서로 눈만 바라봤다.

우리가 나이때문에 입양에 난관이 있을것이란 건 예상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당황스러움에 나는 ‘오래된 스테레오타입’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고, 남편도 면전에서 대놓고 ‘40대 늙은 부모’라는 말을 듣고는 내심 충격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한번, 임신 테스터기의 흰 공백을 더욱 샅샅히 살펴본다. 그 사회복지사가 강조했던 ‘나이 많은 부부’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눈이 시리고 침침해 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클리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