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로시 May 29. 2020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다

오늘도 나는 수없이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고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의 주문 '감사합니다'를 하루에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감사합니다'의 수가 많은 날일수록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던 날이라 생각하면 얼추 들어맞는다. 유리 멘털 소유자인 나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마음이 쓰이고 상처를 받았다. 동네 친한 언니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말 좀 해~! 입에서 단내 나겠어~!"라고 한 말에 나는 몇 날 며칠 그 말이 신경 쓰였다. 매번 사람들이 무심코 툭 던지는 말에 나는 툭 내던지지 못하고 그대로 그 말을 흡수해 버렸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말들에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나를 보면 답답하지만 딱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문제 속에서 허우적 되고 있었다. "명상 좀 해봐!" 친구 J가 나에게 매번 반복되는 문제 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하나 제시해 주었다. "명상? 그거 쉽지 않던데..." "처음부터 쉬운 게 어디 있어? 일단 2주만 매일 꾸준히 해봐~!" 사소한 일에 매번 반응해 되는 나의 멘털에 지쳐 있기도 했고 뭐라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명상에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첫 명상에 관한 책을 읽고 바로 명상을 시도해 보았다. 두 눈을 감고 양반다리를 한 뒤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들숨날숨에 집중했다. 5초 정도가 지났을까?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들로 난리가 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억들 조차 떠오르면서 명상보다는 그냥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이라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일주일 동안 매일 30분 명상을 해보았지만 생각만큼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세 권의 책을 더 읽어 보면서 나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세 권의 책에 공통적으로 소개되어 있었던 '감사합니다 명상법'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명상법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과 장소,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감사합니다'만 중얼거리면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명상법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부터 아주 사소한 것들에 스트레스받은 나의 멘털을 위해'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면 된다.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말을 하고, 혼자 있을 때는 작은 소리를 내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시어머니의 잔소리에도 '감사합니다'를 수없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레스의 원인인 걱정들과 상처 섞인 말들에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포장을 해버리니 요동치는 불안한 감정들이 잔잔한 호수처럼 변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두 달 가까이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수없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는 일이 생겨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다 보면 더 이상의 험한 말은 나오지 않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워대는 소리에 욱한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감사합니다를 수없이 중얼거리면서 쓰고 있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감사합니다 명상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사합니다 명상법의 효과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노력에 비해 효과는 좋은 가성비 갑인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초등 저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감사합니다'를 수백 번은 중얼거린 듯하다. 감사합니다 명상법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침대에 누워 스트레스로 인한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 한 스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