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게 만드는 말들.

by 새나

나를 향해 내던져지는 수많은 말들 중에 그냥 흘려가지 않고 머무르는 말들이 있다. 그렇게 머무르는 말들이 나를 웃게 하고 즐겁게 하는 말들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대부분 거의 99.9%가 나를 힘들게 하는 말들이다. 누군가에는 그냥 웃어넘길 말들이 나에게는 몇 날 며칠 끼니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할 만큼 날 무기력 속에 빠져 버리게 하고, 세상의 시간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툭 하고 내던진 말에 붙잡혀 흘러가는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고 멈춰 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한다.


어릴 적 나는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좋아는 아이였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친척들의 말을 듣고,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질만큼 듣는 것에 더 행복감을 느꼈다. 말을 한다는 것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종종 자신들의 고민을 서슴없이 털어놓기도 했고, 두어 번 말을 섞어 보았던 그냥 아는 아이들도 나에게 와 본인들의 걱정과 근심을 한 보따리 풀어놓고 난 뒤 뒤돌아 서면서 "들어줘서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를 내비친다. 그들에게 내가 해준 것은 그들이 쏟아내고 있는 말들을 묵묵히 들어주고 힘들었을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뿐 별다른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고,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했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더 행복감을 느꼈던 나는 상대방이 80%의 말을 할 동안 나는 10~20%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입에서 단내 나겠어""말 좀 해!""우리 집은 말을 많이 하는 집안이라.." 등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한두 살 먹을수록.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더 행복감을 느끼는 나에게 사람들이 내던졌던 말들이다.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던 그들의 말들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당당하게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좋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들의 말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뭔가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내던져진 말들에 나는 더 이상 듣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듣고만 있는 행동에 사람들이 말 좀 하라고 말을 할까 봐 두려움이 먼저 나를 앞서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억지스러운 말하기가 시작되었다. "말 좀 해라""입에서 단내 난다" 이런 말을 더 이상 듣기 싫었던 나는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보다 다음에 내가 어떤 말을 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고,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시작한 나의 말하기에 "아줌마 되니깐 말이 많아졌네!"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화중에서도 서로 말을 하고 싶어 상대방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을 시작하고 누가누가 더 말을 많이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는 마치 '말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아~피곤하다!"다들 말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고 듣는 것에는 무관심.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던 예전 나의 모습.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나의 태도에 대한 중학교 선생님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던 나의 모습. 찡그린 얼굴로 고민을 털어놓던 아이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모습.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집중하면서 느꼈던 행복감의 순간들과 해후 하기 시작했다.


피곤한 말하기가 아닌 행복한 듣기에 집중하고 싶다.


억지스러운 말하기로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말 좀 해~!"란 말들이 그냥 의미 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내 마음속에 내리 꽂혀 나를 괴롭혔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때는 말 좀 하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꾸짖는 느낌이 나기도 했고, 다른 이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 하여튼 별로 달갑지 않은 말이 "말 좀 해!"였다. 한참을 돌고 돌아 의미 없는 말이 의미 없는 말이었구나 라고 깨닫고 더 이상 그 말들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말들은 존재한다. 요즘 나에게 제일 괴로운 말 중 하나가 "책 읽어서 뭐해! 달라진 것도 없는데!"라는 말이다. 이 말 역시 사람들의 입에서 나에게 요즘 자주 내던져지는 말이다. 듣는 것이 좋았던 것처럼. 책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고 즐거웠던. 행복했던. 성장했던 것들과 해후하다 보면 이 말 역시 그냥 콧웃음 치며 웃어넘길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거의 다 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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